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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Oct 13. 2019

기혼자를 위한 필독서

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9월 29일 아흔아홉 번째 방송은 부부 관계를 도와줄 두 권의 책을 소개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결혼 생활에 대한 남모를 고민을 가볍게 해 줄 수 있는 책을 두 권 준비했습니다. 사실 결혼 생활이라는 게 워낙에 사적인 영역이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문제가 생기거나 궁금한 게 생겨도 남들한테 물어보기가 쉽지 않았죠. 그러다 문제가 커지고 커져서 결국 파경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고요. 오늘 소개해드릴 두 권의 책은 그런 문제로 끙끙 앓고 있는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들입니다.


ann 어떤 책부터 만나볼까요?     

먼저 소개할 책은 '우리 이만 헤어져요'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이혼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변호사가 쓴 책인데요. 이 분은 인스타툰으로 유명해요. '메리지레드'라는 인스타툰을 2018년 9월부터 연재를 시작했는데 불과 1년 만에 16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결혼 생활의 문제, 그리고 이혼 소송을 밟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것들이 호응을 얻은 거죠. 이 책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한 이야기에 새로운 에피소드와 최유나 변호사 자신의 이야기를 더해서 낸 책입니다.

ann 이혼전문 변호사가 쓴 결혼 생활과 이혼 소송에 대한 이야기라. 재미없을 수가 없는 책이네요.     

일단 웹툰 형식으로 돼 있기 때문에 가독성이 뛰어나요. 어렵지 않게 쉽게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혼이라는 소재를 단순히 흥미성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결혼생활, 그리고 관계의 의미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관찰하듯이 다루거든요. 함부로 누가 잘못했고 누가 선하고, 이런 식으로 규정짓기보다는 결혼생활도, 이혼도 관계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거죠. 그렇다 보니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내 문제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요. 저도 이 책을 처음 펼친 뒤에 그 자리에서 다 읽었거든요. 그만큼 흡입력이 뛰어난 책입니다.


ann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올 것 같은데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유명한 문구가 있잖아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정말 이 말 그대로 이 책에 나오는 이혼 사례가 제각각입니다. 친자식인 줄 알고 키운 아이가 사실 다른 사람의 아이로 밝혀진 경우도 나오고,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으로 이혼을 결심하는 사례도 있고요. 고부갈등은 오히려 흔한 사례고요. 그런가 하면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고요. 톨스토이의 소설처럼 이혼을 결심한 가정도 저마다의 이유가 제각각 있다는 걸 알 수 있기도 합니다.


ann 책에서 인상 깊었던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하나하나가 다 강렬한 이야기들이니까 딱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충격적인 사례들을 보면 친자식으로 알고 키운 아이가 사실은 내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의 이야기가 있고요. 이 아버지는 결국 조정을 받아들여서 빨리 소송 절차를 끝냈는데요. 소송이 길어지면 아이도 힘들어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내 친자식은 아니지만 친자식처럼 키운 아이이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 싫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M1 Corinne Bailey Rae – My Love

https://youtu.be/8qLgcWCzdqI


ann 결혼 생활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책들 만나보고 있어요. 이혼 전문 변호사가 쓴 ‘우리 이만 헤어져요’ 먼저 이야기 중인데요. 이혼을 하면서 아이 양육권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과거에는 부부가 이혼하면 아이는 어느 한쪽을 억지로 선택해야 했는데, 요즘은 그래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양육을 어느 한쪽이 하더라도 아이는 부모를 모두 만나고 보면서 자라는 분위기가 됐다고 합니다. 또 충격적인 케이스로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잦은 폭력을 행사해서 이혼까지 하게 된 경우도 있고요. 이런 경우는 대부분 돈 문제가 발단이 된다고 하는데 참 안타깝죠.


ann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너무 답답해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결혼이라는 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기 위해 하는 건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니까요. 사실 이 책의 진짜 가치는 이렇게 충격적인 이혼 사례보다는 결혼 생활, 관계 맺기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들에 있는데요.

이런 에피소드도 있어요. 결혼을 끝내고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기 위해 이혼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이혼을 하고 싶은지, 이혼 이후에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가지지 못한 의뢰인도 많다고 합니다. 최유나 변호사는 그런 의뢰인들은 삶에 너무나 지쳐서 그저 긴 터널의 출구를 찾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저 지금으로부터의 해방을 찾는 것이라면 이혼보다는 부부클리닉을 통해 다시 한번 해결책을 찾아보라는 게 최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정말 많은 이혼 부부가 이혼 이후에 후회한다고 하거든요.


ann 이혼을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볼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는군요.     

한 60대 남자가 최변호사를 찾아오는데요. 1심에서 이혼이 결정된 판결문을 가져온 겁니다. 남편의 가정소홀과 폭력 때문에 이혼이 결정된 건인데요. 막상 이혼을 하게 되니까 부인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은 거죠. 이혼 기각을 위해 다시 소송을 제기했지만 부인과 다른 가족들은 남편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고요. 결국 아들의 도움으로 남편이 부인을 만나서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는데요. 부인은 끝내 마음을 돌리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미안하다는 말은 받아줍니다. 남편도 그제야 마음을 정리하고요. 먹고살기 바빠서, 힘들어서 란 이유로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많은 사람들을 보는데 더 늦어지기 전에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는 말로 최변호사는 이야기를 끝맺고요.


ann 책을 쓴 최유나 변호사는 부부생활의 달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요.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최변호사 본인도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남편과 티격태격할 일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혼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보니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그때 한 가지 조언을 해준다고 합니다. 안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잘 싸우는 사람이랑 결혼하라고요. 최변호사의 조언이 인상적이어서 그대로 옮겨보면요.

“살다 보면 안 싸울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갈등을 나에게만 닥친 불행이 아닌, 관계 속에서 당연하게 벌어지는 일이란 걸 인정하면 인생의 실패가 아닌 인생의 한 단계로 여길 수 있어요. 그렇게 여기면 저마다 헤쳐나가는 방법이 보이게 된답니다."라고 합니다.


ann 갈등을 관계 속에서 당연하게 벌어지는 일로 인정하면 실패가 아닌 한 단계로 여길 수 있다는 말이 참 와 닿네요.     

책의 말미에 최변호사가 자신의 의뢰인들에 대해 쓴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인상 깊은데요. 자신의 행복을 찾아 선택하고,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모습은 항상 아름답다. 삶을 헤쳐나가는 법을 알려준 의뢰인들이 내게는 가장 큰 스승이라고 적습니다. 이혼이라는 걸 터부시하고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있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도리어 그 어려운 갈등과 고민을 헤쳐나온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건지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M2 Yo La Tengo – Today Is The Day

https://youtu.be/LkjhsWtI9os


ann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담은 책. 두 번째로 읽어볼 책은 뭔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각방 예찬’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제목을 보면 어떤 내용일지 일단 짐작이 가죠. 이 책을 쓴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부부 관계에 대해서 30년 넘게 연구한 사회학자인데요. 부부 관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덕분에 부부관계전문가로 불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분이 쓴 다른 책도 제목이 재밌는데요. ‘엉덩이 전쟁’ ‘아버지들&아들들’ ‘행복한 사랑의 이상한 이야기’.. 이런 제목의 책들이 있습니다.


ann 각방 예찬이라는 제목은 정말 솔직한 느낌이 있네요. 많은 부부가 각방을 쓸까에 대해 고민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잖아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부부가 각자 따로 침대를 쓰거나 다른 방에서 자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해요.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데 각방을 쓴다고 하면 뭔가 문제가 있거나 불행한 부부일 것 같죠. 설사 다른 사람이 집에 놀러오지 않는다고 해도 부부가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니까 각방을 쓰기 어려운 거죠.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부부가 각방을 쓰면서 오히려 사랑이 깊어지고 건강과 원만한 가정생활을 되찾았다는 걸 보여주면서 말이죠. 이 책은 저자가 인터뷰한 150여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한 침대를 쓰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그리고 각방을 쓰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줍니다.

ann 한 침대를 쓰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사실 다들 알고 있지만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이죠.     

정말 그렇죠. 사실 수십년을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 어느날부터 갑자기 한 침대에서 매일 같이 잠을 잔다는 게 쉬운 일일 수가 없잖아요. 사람마다 잠을 자는 습관은 다르기 마련이잖아요. 누구는 시원하게 잠을 자고 싶고 누구는 따뜻하게 잠을 자고 싶을 거고요. 여기에다 코를 골거나 몸을 뒤척이거나 하는 잠버릇이 더해지고, 술을 많이 마시거나 하는 생활 습관까지 더해지면 정말 한 침대를 쓰는 게 고역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래도 많은 부부가 이런 불편함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한 침대를 고수하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억지로 불편함을 참느라 오히려 부부의 사랑과 건강, 부부생활의 안정감이 무너지는 거라고 지적을 합니다.


ann 사랑해서 한 침대를 쓰는 건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관계가 멀어진다면 참 슬플 것 같은데요.     

j 이 책에 인터뷰를 한 한 여자분은 결혼하고 얼마 지난 뒤부터 밤마다 남편이랑 싸웠대요. 결국 침실에서 나와서 소파에서 잠을 자는 날이 생기게 됐는데요. 어느날 깨달은 거죠. 같은 침대에서 안 자고 소파에서 잘 핑계를 찾으려고 매일 밤 싸울 핑곗거리를 찾는 자기 모습을요. 이런 이야기만 들어도 한 침대를 억지로 쓰는 게 고역이라는 걸 알 수 있죠. 


M3 노리플라이 –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https://youtu.be/javqEHY3rek


ann 부부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담은 책 만나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책 ‘각방 예찬’ 이야기 중입니다. 그럼 저자는 각방을 쓰는 게 오히려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해주는 건가요?     

이 책의 저자는 침대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주목하는데요. 문명이 생긴 이래 침대는 한 사람이 바깥 사회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었다는 거죠. 아주 편안하고 은밀해야 할 공간인데, 이 침대를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게 되면서 불행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마음 놓고 쉬어야 할 공간에서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낼까봐 걱정을 해야 하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는 거죠. 거기다 같은 침대를 쓰는 사람이 코를 골거나 하기라도 하면 잠을 망치기 일쑤겠죠.


ann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참 실천하기가 쉽지 않죠.     

각방을 쓰자는 말을 먼저 꺼내는 게 참 어렵다고 해요. 책에서 인터뷰를 한 부부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처음 각방을 쓰자는 말을 꺼내기까지 몇십년이 걸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렵게 말을 꺼내도 배우자는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고요. 뭔가 사랑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관계가 삐걱거린다는 말로 이해하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더 솔직하고 꾸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처음부터 아예 따로 잠을 자는 게 어렵다면 일주일에 며칠 정도만 날을 정해서 각방을 써보는 것도 좋을 수 있다고 하고요. 어쨌든 간에 각방을 쓰는 게 부부의 사랑과 건강, 그리고 가정 모두를 위해 대체로 좋은 선택이 된다는 저자의 설명입니다.


ann 말은 안 해도 사실 이미 많은 부부가 각방을 쓰거나 다른 침대를 쓰기도 하죠.     

한 여성 포털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 정도의 부부가 각방을 쓴다고 답한 것도 있어요. 이런 경우가 늘어나다보니까 가구업체에서 킹 사이즈 침대보다도 싱글 침대 두 개를 붙이는 식으로 부부용 침대를 만드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확실히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거죠.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각방 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면 각방 쓰기를 통해 사랑과 행복을 되찾은 부부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됩니다.


ann 결국 각방을 쓴다는 건 부부라고 하더라도 서로의 공간과 영역에 대해 존중하고 지켜주겠다는 의미겠죠.

j 저자는 사랑과 잠을 혼동하지 말라고 하는데요. 사랑한다고 해서 잠까지 공유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더 나은 잠이 사랑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요. 어떻게 보면 많은 부부들에게 정말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싶어요.


M4 조규찬 – 잠이 늘었어

https://youtu.be/0iXwWiz0t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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