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10월 6일 방송은 소설 마시는 시간 100번째 방송이었습니다. 100번째 방송을 맞아 지난 방송에서 소개한 책들을 다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j 오늘은 본 방송 내용도 조금 특별하게 준비해봤습니다. 제가 세어보니 저희 ‘소설 마시는 시간’이 오늘 방송으로 100번째를 맞았더라고요. 2016년 8월에 달콤한 밤의 ‘달콤한 서재’ 코너로 처음 인사를 드렸고, 이듬해 여름까지 1년 남짓 달콤한 서재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했고요. 한동안 휴식기를 가지고 2017년 겨울에 다시 ‘소설 마시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새 코너를 시작했는데요. 바로 소설 마시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시작한 지 100번째 방송이더라고요.
ann 2016년이면 벌써 3년 넘게 매주 책을 소개해주고 계신 거네요.
j 시간이 정말 빠르죠. 제가 쭉 한 번 정리를 해봤는데 3년 동안 저희 방송에서 소개한 책이 대략 300권 정도 되더라고요. 한 주에 두권씩 소개하고 있지만 한 번에 여러권을 소개한 적도 가끔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한 번 소개하고 나면 다시 같은 방송에서 이야기하기 힘들잖아요. 좋은 책들이 많은데 좀 아쉽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소설 마시는 시간에서 그동안 소개한 책 중에 다시한번 추천해도 괜찮은 책들을 정리해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ann 3년 동안 책 소개 코너를 진행하면서 소개한 책 중에 책밤지기가 고른 베스트 픽이군요.
j 그런 셈이죠. 방송에서 소개한 책 중에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도 있었고, 또 방송에서 소개하려고 읽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책이 된 경우도 있거든요. 오늘은 그런 책들을 쭉 한번 정리해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들은 여러분이 읽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그런 책들인 거죠.
M1 스윗소로우 – 첫 데이트
ann 소설 마시는 시간 100회를 맞아 그동안 소개한 책 가운데 책밤지기가 고른 베스트 추천 도서를 만나보고 있어요. 어떤 책부터 만나볼까요?
j 역시 저희 코너의 이름이 또 소설 마시는 시간이니까요. 소설부터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쭉 세어보니 소설을 90권 정도 소개해드렸더라고요. 그중에서 이 소설만은 꼭 읽어봐야 한다. 그런 소설을 5권만 골라봤습니다.
ann 이 소설만은 꼭 읽어야 한다. 어떤 소설들인가요?
j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순서대로 말씀드리면요. 일단 대성당이 있습니다.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인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인데요. 유명 작가인 김연수 소설가가 직접 번역을 한 대성당인 2014년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마 세계에서 소설가들에게 어떤 소설가를 좋아하냐고 설문조사를 하면 레이먼드 카버가 거의 일등, 이등 안에 들 것 같은데요. 특히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이 정말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대성당은 하나 같이 명작들만 모아놓은 소설집이죠.
ann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을 김연수가 직접 번역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할 것 같네요.
j 대성당 안에서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단편이 제가 뽑은 베스트인데요. 서점에서 잠깐 서서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니 시간을 내서 꼭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다른 제가 뽑은 소설 베스트는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소설과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라는 소설입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인데요.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는 그런 류의 소설입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뭔가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안마의자 저리가라 할 만큼 편안해질 겁니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덴마크 작가인 페터 회가 쓴 추리소설인데요. 여주인공인 스밀라의 걸크러시 매력이 폭발하는 소설이죠. 정신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고 싶은 소설을 원하는 분에게 제격입니다.
ann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인 소설을 소개할 때 스밀라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외국 작가의 소설만 나왔는데요. 국내 작가의 작품은 없나요?
j 국내 작가의 작품도 물론 있습니다. 먼저 제가 좋아하는 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를 저희 방송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권여선 작가는 술 주 자를 쓴 주류문학의 최선봉에 선 작가로 알려져 있죠. 이 소설집을 읽으면 도저히 술을 마시지 않고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이 소설집을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술을 마시지 않고도 이 세상을 멀쩡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상인 건지,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이 세상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정상인 건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에 담겨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질문에 궁금한 분이라면 강추하는 소설이고요.
ann 마지막 한 권은 어떤 소설인가요?
j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을 골라봤습니다. 우리는 매일 일을 하면서 일상을 살고 있잖아요. 그러는 동시에 한국이라는 큰 사회의 일원이기도 하죠. 일을 하는 개인의 일상과 한국인이라는 사회인의 의무. 이런 게 종종 충돌할 때가 있는데요. 사실 그런 순간에 우리 대부분은 나 자신, 나의 가족,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는 선택을 하죠. 그건 비겁한 게 아니라 당연한 선택인 건데요. 이 소설은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의 메시지를 건넵니다. 힘들 때 이 소설을 읽으면 누군가가 부축해주는 느낌을 받았다는 독자평이 있는데요. 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고요.
M2 가을방학 –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ann 소설 마시는 시간 100회를 맞아 그동안 소개한 책 가운데 책밤지기가 고른 베스트 추천 도서를 만나보고 있어요. 소설 다음으로 어떤 책을 만나볼까요?
j 이번에는 에세이 중에서 좋았던 책을 다섯 권 골라봤습니다. 저희 방송에서 소설만큼이나 많이 소개한 장르가 에세이인데요. 세어보니 100권 정도를 소개해드렸더라고요. 에세이는 소설보다 부담이 덜하잖아요.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바쁠 땐 조금 뒀다가 나중에 다시 읽어도 스토리를 까먹어서 어려울 필요도 없고요. 요즘에는 위로나 힐링을 전하는 에세이가 인기가 많은 것도 같습니다.
ann 책밤지기가 고른 에세이 베스트는 어떤 책인가요?
j 에세이 중에는 한국 작가의 책이 더 많은데요. 제일 먼저 고른 에세이는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입니다. 지하철역을 나서다 보면 빅이슈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분들이 종종 보이죠. 우리가 노숙인이라고 흔히 부르는 홈리스들의 자활을 돕는 잡지가 빅이슈인데요. 이 빅이슈를 판매하는 홈리스 중 한 분인 임상철씨가 직접 쓴 에세이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18년 동안 홈리스로 살면서 겪은 일들, 그리고 빅이슈를 팔면서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책인데요. 저는 좋은 에세이는 읽고 나면 작가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임상철이라는 분을 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얼굴 하나를 마음속에 그릴 수 있는 거죠.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겨있는 그런 책입니다.
ann 저희 방송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극찬을 받은 책이기도 하죠.
j 에세이는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나 세상을 소개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는데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그리고 ‘검사내전’이 그런 책입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는 말 그대로 여자축구의 세상에 뛰어든 어느 직장인의 이야기인데요. 여자축구, 그것도 여자 아마추어 축구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게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한국에서도 이렇게 축구에 온 열정을 가지고 뛰어다니는 여자들이 많구나.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성별의 차이가 없구나. 이런 걸 느끼게 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이런 걸 느끼는 게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없애는 데 정말 중요하죠.
검사내전은 현직인 김웅 검사가 직접 쓴 에세이인데요. 검사 일을 하면서 직접 맞닥뜨린 수많은 사건 사고들, 그리고 인간군상에 대해 김웅 검사가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애정을 담아 자신의 생각을 덧붙입니다. 검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멀게 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죠. 이 책을 읽다보면 검사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직장인이고, 그러면서도 법이라는 걸 다루는 입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생각할 점이 많습니다.
M3 이한철 –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ann 소설 마시는 시간 100회를 맞아 그동안 소개한 책 가운데 책밤지기가 고른 베스트 추천 도서를 만나보고 있어요. 에세이 베스트 이야기 중이었는데요. 나머지 두 권 마저 이야기해주세요.
j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와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에세이인데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컬럼바인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의 엄마가 직접 쓴 책입니다. 자신의 아들이 그런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십수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왜 아들의 잘못된 행동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 만약 시간을 되돌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담담하게 적고 있어요. 아들을 잃는 것만 해도 끔찍한 고통일 텐데, 아들이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자신도 죽었다면, 남은 엄마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요. 그 고통을 꾹꾹 눌러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썼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읽기 힘들지만, 동시에 모든 엄마들이 한 번은 꼭 읽었으면 싶은 책이에요.
ann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책밤지기가 좋아하는 신형철 평론가의 책이죠.
j 신형철 평론가는 문학평론가인데요. 평론가는 글을 어렵게 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그리고 사실이 그렇기도 해요. 어렵긴 어렵죠. 대신에 그만큼 우리가 잘 쓰지 않는 표현이나 단어, 문장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 책은 신형철 평론가가 자신의 주 분야인 문학이 아니라 영화에 대해 쓴 에세이거든요. 아무래도 다른 분야에 대한 책이다보니까 한결 읽기가 편하고 덜 어려운 것도 장점입니다. 진짜 글을 잘 쓰는 글쟁이의 글을 만나보고 싶다면 신형철 평론가의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ann 좋은 책만큼이나 재밌는 책도 많이 소개했던 것 같아요.
j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책도 있었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패러디해서 치킨 요리 레시피 북을 소설처럼 쓴 거였죠. 이게 뭔가 싶은데 읽다보면 푹 빠지게 하는 이상한 매력이 있었고요.
이색 잡지를 소개해드린 적도 있는데요. 대형서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잡지가 아니라 하나의 분야를 잡아서 그 분야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잡지들이 최근에 유행이거든요. 방탄소년단이 읽은 책들만 따로 모아서 소개해드린 편도 나름 재밌었던 기억이고요.
ann 3년 4개월 동안 300권의 책을 소개했다고 하니. 새삼 정말 많은 책을 만났구나 싶네요.
j 맞습니다. 작가 중에서는 존 버거의 책을 다섯 번 소개해서 가장 많이 소개해 드렸더라고요. 2017년 1월에 존 버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존 버거의 책만 소개해드린 방송도 기억이 나네요. 존 버거를 모르는 분이 아직 많을텐데 ‘다른 방식으로 보기’나 ‘제7의 인간’ 같은 책들은 한 번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존 버거 말고도 무라카미 하루키나 로맹가리, 김연수 같은 작가의 책을 자주 소개해드렸습니다.
ann 책의 매력은 이렇게 많은 책을 소개해드렸는데도, 아직도 읽어볼 만한 책이 산더미 같다는 거겠죠?
j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선 10년 뒤, 50년 뒤에 필독서로 꼽힐 만한 책이 탄생하고 있을 겁니다. 작가가 노트북이나 원고지에 쓰고 있을 수도 있고, 아직은 머릿속에서 구상만 하는 단계일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늘 어딘가에선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겠죠. 그런 일이 늘 일어난다는 게 책의 묘미일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M4 이소라 - 트랙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