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멀티작업이 극히 힘들다. 원래 사람은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일의 효율과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리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인간은 한번에 한가지 일에만 몰두할 수 있고 또 그럴때에야 가장 능률적으로 작업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사회와 직장 등의 외부 환경은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멀티테스킹을 요구한다. 같은 시간내에 가장 많은 일을 처리해내는 사람이 '능력자'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꼭 인정을 바라지 않아도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해야할 일과 맡은 역할은 그 이상인 경우가 많으니 본의 아니게 한번에 여러일을 해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쪽이든 원래 멀티테스킹에 맞춰져 있지 않은 우리에게는 힘든일이디.
그래도 적응하는 능력 또한 뛰어난 우리인지라 그 상황에 닥치면 또 어떻게든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놀라울 정도로 해내기도 한다. 이후 심리적 육체적 탈진 등의 부작용이 따를때가 있더라도 일단 '한다면 한다!'는 정신력으로 버티고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게 참 힘들다. 직장에서 한번에 여러 업무가 겹칠때가 많다. 이 일을 해달라고 메신저로 연락을 받았는데 바로 이어 다른 일로 전화가 온다. 네네 하고 전화를 끊고나면 어느새 책상 모서리에 오후까지 보고 하라는 공문이 와있다. 그럴때면 나는 내 나이도 잊고 그저 울고 싶을때가 많았다.그때의 감정은 상황에 이리저리 쓸리는 무기력과 더불어 무언가 무형의 어지럽게 널린 환경 앞에서 느낀 강도 높은 '짜증'이었다. 즉 일 그 자체보다는 순서 없이 펼쳐져있는 그 일감들의 무질서함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흰 여백의 종이 위에 일의 순서를 1~5까지 차례대로 적고 1번부터 일단 시작하면
천천히 차분해지고 집중도도 올라갔다. 시간이 흐르고 일은 대부분 완료되었다.
직장에서 그리고 집에서 늘 만나게 되는 어지러운 상황과 환경은 여전히 잘 통제가 되지 않는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때로는 울고 싶을만큼 스트레스 앞에 취약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는 그 감정을 조절해나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다. 미니멀 라이프. 상황이 어려울수록, 눈앞에 공간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을 수록 미니멀 라이프는 더 뚜렷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제 나는 내가 현재의 어마어마해보이는 '일' 혹은 쌓여있는 설거지나 너저분한거실 풍경 자체가 아니라 그 무형과 유형의 공간이 품은 어지러움과 무질서. 그 '아름답지 못함'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안다.
일이 무서운게 아니라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는 모든 것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단정하지 못함과 막무가내로 흐트러져 버리려하는 어두운 속성이 무섭다. 그래서 어지럽고 너저분한 환경앞에서 그렇게 부정적인 반응부터 나왔던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진행하다보면 초반에는 보이는 공간을 비우고 정리한다,
그러다가 점점 그 영역은 내면으로 향하게 되고 내 안에 적절한 절제와 관리가 시급한 무질서와 어지러운 구역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대면조차 꺼려지고 피하고 싶다, 오래 지속된 습관일수록 더 거부한다.
그러나 처음 물건을 비울때처럼 시작해보는 거다. 우리는 그 '습관'을 제거해가는 고단한 수고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습관이 오랫동안 만들어낸 내 안의 더러움. 그 모든 '아름답지 못함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멀티 테스킹처럼 보이지만 실은 많은 일을 잘게 쪼개어 결국은 다 해내는 것처럼 1~5까지 적고 하나씩 내 속도대로 해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