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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육아로 자란 첫째의 매일 독서

by 빛나는 지금

첫째가 태워나고 나도 생애 처음 엄마가 되어

글로 육아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면교육부터 하루 루틴 잡아주기 시간별 수유텀 잡기에 시기별 들려줘야 하는 클래식곡과 손에 쥐어줘야 하는 치발기 종류까지.


육아의 세계는 크고 다양하고

정보는 차고 넘쳤다.


하나라도 놓치면 이제 막 태어나 꼬물거리는

작디작은 생명체가 어디라도 불편해질까, 성장에 방해가 될까 싶어


두려움과 무지가 가득했던 초보엄마는

그 정보와 뒤에 은근히 따라붙기 마련인 마케팅 속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물론 그 좌충우돌의 시간을 통해

나름의 기준이 세워져 갔으니

전체적으로 보면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다 할 필요도, 다 할 수도 없는

수많은 육아기술과 기법과 방법들 속에서

주로 내가 느낀 감정은

조급함과 피곤함이었다.


다들 한다니 나도 해야 될 것 같은데

내 에너지도 내 자원도

그 모든 걸 하기엔 늘 부족하니

조금씩 좌절했고

그 작은 실패감들은 조금씩 쌓여 진득한 피곤감이 되곤 했다.


그렇다고 그 세계를 호기롭게 떠날 수도 없어 지지부진하게 하루하루

아기가 자면 책이나 블로그글을 뒤적거리다

책육아를 만났다.


누워서도 앉아서도 안고 어르며

그저 읽어주기만 하면 된다니

그간 봐온 여타의 육아법보다는

한결 쉽고 단순해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 읽기도 좋아하고

책이라는 물건 자체에 대한 따뜻한 애착을

늘 지니고 있는 나에게

책은 아기와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로 딱 알맞았다.


아기 체육관으로 놀아주는 것도, 딸랑이로 눈길 끄는 것도

사운드 북으로 동요 따라 불러주기도

5분이 지나면 나부터 지루해져서

아기보다 더 집중력이 저하되는데

책은 일단 아무리 아기 수준의 동화책일지라도

첫 페이지부터 그것만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끝장을 마칠 때까지

그 세계 안에서 재미있게 탐험을 즐길 여지가 충분했다.


그래서 시작한 일명 '책육아'.


밥먹일 때도 밥 한 숟가락에 책 한 줄을 얹어주고

재울 때도 책 두 권,

앉아 놀 때도 책 세권.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지겨워 휙 던져버릴 때면

슬그머니 책을 내밀어본다.


잠이 와서 눈을 비빌 때면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준다.

그러다 아기의 고개가 점점 처지고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든 아기를

자리에 누이며 새삼 확인했다.


자장가 수십 번 불러주기보다 훨씬 재우기 쉬운 방법이

책 읽어주기라는 것을.


그렇게 첫째는 아기 시절부터 책과 놀고

아빠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같이 보며 자랐다.


이제 일곱 살이 된 첫째는 혼자 책을 고르고 읽는다.

책을 읽으며 웃고 책을 읽고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서 그 속에서 마음껏 논다.

20분 정도 책을 읽다가 벌떡 일어나 집 전체를 다다다 뛰어다니며 놀다가 어느새 조용히 책을 읽는다.


새 책이 들어오면 두어 시간은 그 책들을 둘러보느라 자신만의 독서의 성안에 들어가 만족할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


책을 읽으며 키득키득 웃고

읽다가 화가 나 부르르 성도 낸다.


해외에 나와 종일 동생이랑 엄마랑 집에서 지내는

첫째가 책을 통해

세상을 여기저기 여행하고

친구를 만들고

더 크고 넓은 지혜의 길을

밟아가느라

덜 심심하고

덜 지루하고

조금은 더 다채로운

유년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책으로 놀이터를 만들며 오늘도 첫째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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