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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쁜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 싶다.

by 빛나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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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 보낸 1여년의 시간은 나의 개인적 기준으로는 최대치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 시간이었다.


아마도 그 1년의 시간을 위해서 그 전 2년의 시간동안 차곡차곡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나름 여러 각도에서 실험해보는 기간을 가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해외 살이, 특히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중동의 한 국가에서의 삶은 나에게 자의를 넘어서는 미니멀리즘을 요구했다.


한국에서 떠날때부터 짐 무게로 인해 필요한 것 조차 거듭되는 짐 점검 과정 가운데에서 걸러내고 빼내야 했다. 특히 내 옷 같은 경우에는 계절별로 빨아 입을 것을 감안해서 두벌정도로 최소화해서 가져왔다.


이스라엘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물론 필요한 것들이 계속 생겨났다.

집을 구하고나서는 베개 하나 조차도 구매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소비는 두번, 세번의 고민을 거듭하면서 최종 기준은 " 이 물건이 없으면 우리 가족이 지내기가 불편한가? 아닌가?" 에 두고 구매를 결정했다.


그래서 가족은 총 4명이지만 배게는 2개만 구매해서 나눠가며 사용하기도 했고 아이의 두툼한 솜인형을 배게로 쓰기도 했고 남편은 큰 수건을 세번정도 개어서 머리에 고이고 자기도 했다. 이불은 구멍이 나기는 했지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요와 덮개등을 전해받아 빨아서 썼다.


나의 화장품은 기초는 아이들 로션을 공유했고 위에 바르는 파운데이션은 이스라엘에 올때 친정엄마가 사주신 BB크림 하나로 쭉 사용했다. 그 크림을 남겨서 다시 한국에 가지고 왔으니 나의 화장은 초미니멀에 가까웠을 것이다.


냄비나 수저 등의 식기는 렌트한 집에 이전 임대인이 남겨두고 간 그릇과 떠나신 한국분이 남겨둔 그릇을 받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가구류는 침대와 남편 책상은 주인 가정에서 쓰지 않아 나누어준 가구류를 받아 사용했고

단 하나, 식탁이 필요해서 고민끝에 캠핑용 테이블을 구매했다. 나중에 혹시 이동하게 되면 반으로 접어서 이동하기도 간편하고 귀국 시 처분하기도 나으리란 판단에 구매하게 되었고 우리 가족의 식탁이자 아이들의 책상으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다 귀국할때는 주인의 권유로 다음 임대인을 위해 남겨두고 왔다.


아이들 책, 옷 등은 다 받아 썼고 남편 신발은 중고로 구매했다.

내 신발은 신발 밑바닥이 닳을때까지 잘 신고 한국에 와서 버렸다.


그렇게 최소한의 것만 구매하고 구비해놓고 지냈다.

구매의 기준은 언제나 " 이 물건이 없으면 살기가 불편한가?" 에 맞춰져 있었다.


언제나 불편함과 필요가 구매의 기준이었다.


그렇게 1년간 최대치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살다가 귀국을 했고

그리고 복직을 하면서 또 필요에 의해 물건들을 찾게 되었다.


옷은 언니가 안 입는 옷. 가방은 대학가는 조카가 남겨두고 간 작은 백.

신발은 엄마가 구해놓으신 운동화.


물론 모두 상태도 좋고 깨끗하고 직장 출근 시 착용해도 다 무난한 수준의 물건들이기에 망설임 없이

감사히 사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 시간 모든 구매와 물건을 대하는 자세가 "불편"과 "필요"에만 맞춰져 있다보니 다소 나의 일상 자체가 너무 건조하고 심심해진 느낌이 든다.


어느 순간부터 점점 예쁘고 세련되고 미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물건에 눈길이 간다.


이왕이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포인트를 지닌 색깔, 무늬, 감각이 녹아 있는 아름답고 예쁜 것들에 마음이 간다.


아마도 상황에 의해 한쪽으로 취우쳤던 나의 미니멀 라이프가 서서히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것 같다.


무엇보다 나의 삶이 단순히 "불편과 필요" 라는 최소한의 기준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이 주는 다채로운 색감의 즐거움과 재미와 아름다움으로 채워져야 하는 것임을

다시금 본능적으로 깨닫고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추구하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매일이 감사하다.

다소 무채색에 가까웠던 일상이

빨강, 노랑, 파랑, 초록으로 천천히 색이 덧 입혀지고 있고

이러한 다양한 조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한국에서의 삶이 참으로 감사하다.


전에는 커피를 마실때 회색의 스테인리스 머그컵을 사용했다. 미니멀리스트답게 그 머그컵 하나만 썼다.


이제 커피를 마실때는 일부러 화려한 꽃무늬가 그려진 작은 도기 커피잔에 커피를 내려 받고 쌍을 이루는 도기 받침대에 받쳐서 조금씩 마신다. 잔을 내려놓을 때마다 도기끼리 부딪치는 은은하면서 묵직한 소리에 행복하고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꽃 잔과 잔 받침대의 예쁨이 작품처럼 고와서 행복하다.


나는 여전히 미니멀리스트로서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

그리고 참 예쁜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살아간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내 나라. 한국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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