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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 에어컨 없이 살기

by 빛나는 지금

덥다.


최고 온도가 35~37도를 넘어가는 여름 더위는 정말 덥다.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 월셋집을 구하고 이사를 들어올 때 처음에는 중고로 에어컨을 준비하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가격이 부담이 되었고 일단 없이 지내보자는 호기로운 결단을 하고 이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바로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최대한 불필요한 물건, 가구, 가전은 없이 지내기로 큰 방향을 잡고 나름 미니멀 라이프다운 생활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지만 이런 더위에 그것도 활동량 많은 남자아이 둘이 자라는 가정에서 에어컨 없이 지내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계속 중고마켓 등을 눈여겨보며 중고로 나온 에어컨을 물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우리 가족은 올여름을 에어컨 없이 지내보기로 다시 한번 더 마음먹었다.



철인 3종 경기에 나갈만한 고강도 체력의 소유자도 아닌 그저 평범한 우리 네 가족은 어떻게 올여름을 더위 먹지 않고 건강히 잘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집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현재 우리가 이사 들어온 월셋집은 아파트 6층에 앞에 막고 있는 다른 건물이 없이 트여있다. 그래서 해가 지고 저녁 무렵이 되어 거실 베란다 창과 주방 창을 같이 열어두면 서로 통하는 맞바람이 꽤 세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새벽녘 즈음이면 이불을 덮지 않은 채 선풍기를 틀고 자다 보면 오히려 서늘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정한 마지노선은 이것이다.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집 밖에 있자.



가족 모두 아침이면 등교와 출근 준비를 하고 다 같이 나선다.


늦은 오후 시간까지는 모두 에어컨이 가동되는 학교와 건물 안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자, 아이들이 하교하는 4시 이후의 스케줄을 잘 짜고 이제 두어 시간 정도만 더 해를 피하면 된다.



이 미션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무료이고, 아이들과 어른이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계속 있어도 눈치 안 보이고


화장실 및 정수기 물을 마음껏 활용 가능하며 무엇보다 상시 에어컨이 돌아가니 이 여름, 가장 시원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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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도. 서. 관이다.



나의 경우는 조금 더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근무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하교하자마자 가방까지 그대로 매고 집 근처에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으로 바로 향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신발도 벗고 어린이 도서실에서 마음껏 책도 읽고 다행히 조금 이야기를 나눠도 되고



배가 고프면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간식도 도서관 내 식당에서 먹는다.



책 보고, 간식 먹고, 어린이 도서실 방바닥에 누워서 좀 쉬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그 강렬하던 해도 지고 드디어 저녁이 된다.



그렇게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 대략 7시 무렵. 저녁이 되고 거실에는 조금씩 더 시원해지는 맞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아... 오늘 하루도 잘 보냈구나.


에어컨 없어도 선풍기 두 대 틀고 너무 습하면 제습기도 돌리고


깨끗이 샤워하고 청결한 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누우면


여름밤이 잘 간다.



에어컨 없이 보내는 미니멀라이프. 가능한가? 아직까지는 괜찮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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