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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 덜 벌고 덜 쓰기?

by 빛나는 지금

이번에 월셋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그동안 쌓여 온 나의 미니멀 라이프 살림 실력이 톡톡히 발휘되었다. 작년에 예루살렘에서 집을 렌트하고 방 하나에 거실 겸 주방인 투룸 집에서도 미니멀 라이프는 우리 가족의 하루하루를 쾌적하게 이어주는 통로였다. 캠핑용 접이식 테이블 하나로 식탁, 주방 요리대, 아이들 미술 놀이, 남편 공부 책상을 두루두루 오고 가며 꼭 없어도 되는 것은 들이지 않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며 우리 삶에 그다지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음을 실감하며 1년을 살았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공간에서 삶을 시작하며 이번에도 미니멀 라이프는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제대로 들인 가구는 아파트 재활용장에 나왔길래 냉큼 얻어 온 4칸짜리 나무 책장 하나. 남편 책상이며, 아이들 미술놀이 할 수 있는 좌탁 테이블이며 들이고 싶은 가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멈추고 살면서 정말 필요한지 아닌지 숙고하는 시간을 먼저 가져보기로 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나에게 기다림과 절제라는 귀한 삶의 자세를 가르쳐 주고 있다.

이사를 하고 다시 살림을 정돈하며 나는 삶에 관한 고민을 한다.


맨 처음,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된 후 나는 진지하게 이 삶의 방식을 나의 것으로 삼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인지 딱히 실체를 알 수 없이 불만이었고 힘들었고 피곤했던 매일의 삶을 구체화시켜서 주도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줄 분명하고도 건강한,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맞는 삶의 양식임을 점차 더 분명하게 체감했기에 더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이사 선물로 받은 소파도 보내고, 몇십 년은 족히 쓸 것 같은 식탁도 보내고 신혼 첫 가구였던 침대와 서랍장도 보내고.

그렇게 담력을 키운 나는 친정집에 남겨둔 옛날 사진과 일기장도 버렸다.

이제 와 돌아보면 그 시간 동안 내가 버리기 위해 정말 애썼던 것은 불만과 피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는 모호함이 총체적으로 버물려진 나의 일상의 불안함이었던 것 같다.

버리고 비우고 정리하면서 나는 조금씩 그러나 쉼 없이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보았다.

어느샌가 나이가 들고 부모가 되었다. 내가 선택하며 잘 살아온 듯도 하지만 막상 분명하지 않은 길 위에서 잔뜩 인생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서있는 느낌으로 한참을 서성였다.

미니멀 라이프는 나에게 내가 어깨에 짊어진 짐의 실체를 더 분명하게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짐을 덜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보여주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진행하며 처음에는 물건을, 그다음에는 큰 가구를 그리고 옛 추억까지 과감하게 정리하는 데까지 나갔다. 이제 그 단계를 드디어 높일 시점이 되어가나 보다.



미니멀 라이프는 나에게 묻는다.

지금 너에게 가장 큰 짐은 무엇이냐고?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돈"이라고.

끊임없이 세상은 말한다. "더 벌고 더 쓰라"라고.

그래가지고는 이 문제의 중심인 "돈"문제는 해결되지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세상이 주문을 거는 "더 벌고"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봤더니,

"더 벌고 덜 쓰고 부지런히 투자를 하라"라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어서 나는 이제야 투자 공부를 한다고 또 제일 만만한 투자 관련 책을 몇 권이고 읽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허겁지겁 그 열차의 뒤꽁무니를 또 쫓아갈 생각을 하니 시작 전부터 답답해지기도 한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것 같아서 제일 만만한 키워드를 검색창에 넣어본다.

"덜 벌고 덜 쓰기"

알아서 자료가 변환되어 나오는데 대부분, "더 벌고 덜 쓰기"가 나온다.




아니 아니. 나는 덜 벌고 덜 쓰기를 찾는다고!! 자꾸 네00는 더 벌고 덜 쓰고 투자하라는 이야기만 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하던 대로 도서관으로 향한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작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강가에 서서 물어보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

정답은 누구에게나 다르겠지만 결국 나의 삶을 나답게 살아가야 하는 나에게 맞는 정답은 무엇인가?

내가 읽은 투자 책들은 하나같이 더 늦기 전에 빨리 시작하라고 하는데

왜 나는 "덜 벌고 덜 쓰기" 같은 키워드만 찾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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