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물건을 비우거나 정리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앞으로 쓰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수납장 안에 방치해두고 거의 까마득하게 잊고 살던 물건도 막상 빛 아래에 등장하면 뭔가 새로워 보이고 (오랫동안 안 봐서 마치 새로 구입한 듯한 착각이 드는지도 모른다...) 언젠 가는 유용하게 쓰일 때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마침 요모조모 쓰일 데가 있어 보이는 창의성까지 솟아오른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유용할 양이었다면 이미 방치해두고 모르고 살았던 그 6개월 안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그 물건을 찾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이런 고민은 사실 비우는 것을 손해와 상실로 인식하는 우리 안의 심리가 만들어내는 방어작용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어느 정도 진행해 보면 분명해지는 사실은 불필요한 물건을 끼고 품고 사는 것이 더 큰 시간, 공간, 돈, 감정의 소모이고 손해이다. 그러니 버릴까 말까 하는 것은 버리는 게 대게 맞다.
미니멀라이프가 환경보호와 딱 맞닿아 있지는 않지만 비우다 보면 무엇을 결국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남기게 되는 것은 결국 없으면 안 되는 것, 필요한 것, 그리고 가장 좋고 유익한 것이 된다. 그러니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에 장기적으로 유익하지 못한 물건들은 당장의 효용 때문에 집에 들였다 할지라도 그 효용이라는 단기 효과보다는 누적되어 우리 건강에 좋지 못한 장기적인 부작용이 더 크게 보이는 시점에는 비움의 대상이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각종 세정 및 살충제류이다.
세정제나 살충제는 그 역할이 위생과 직결되어 있고 그 위생은 결국 우리의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 너무 깨끗하게 세정을 하고 거의 무균상태를 노리며 99.9% 살균효과를 자랑하는 제품들이 인간에게는 무해할까?
우리 몸도 유해균과 유익균이 같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태계인데 그중 유해균만을 골라 죽인다는 제품들로 우리 주변을 쓸고 닦는다면 결국 그 균형도 깨지는 것이고 더 나아가 유익균은 괜찮을까? 벌레가 죽는 환경에 인간도 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합성세제에 사용되는 석유계 계면활성 제안에는 석유화학 부산물인 환경호르몬 물질이 다분하다는 것을 이제는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아무리 깨끗이 헹군다 해도 잔류세제는 남기 마련이고 자연히 피부로 흡수된다.
땀과 얼룩 노폐물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은 필요하나 이후 필연적으로 따르는 부산물들은 우리에게 유익하지 못할 수 있다.
최근 피부 간지러움이 굉장히 심해졌다. 간지러움은 아픈 것과는 다르지만 그 자체로 고통이고 큰 스트레스라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저녁 무렵이면 심해져서 조용히 쉬고 싶은 나의 휴식시간은 오히려 여기저기 북북 긁느라 부산하고 시각적으로도 좋지 못하다. 피부과도 두 군데나 바꿔가며 다녀왔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다. 결국 문제의 근원을 살펴야 하는데 딱히 음식을 바꾼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하루 일과가 피곤해서 몸의 균형이 다 무너졌는가 하면 이 또한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원인 미상인체로 몇 달째 고생 중인데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기로 했다.
먼저 락스 및 살충제는 모두 비우기로 했다. 사실 사용빈도가 극히 적었기 때문에 이를 피부 간지러움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일단 내 주변 환경을 정화하고 환경에 유해한 화학 물질들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세탁세제 및 주방 세제 샴푸를 비우기로 했다.
한창 미니멀 라이프에 공을 들일 때는 세제를 다 비우고 주방에는 한살림 주방 비누 하나, 욕실에도 단순한 비누 한 장으로 머리부터 몸까지 다 씻었는데 어느새 또 하나둘씩 세제가 늘어났다.
이참에 기존의 세제들은 화장실 청소용으로 다 모으고
우리 입과 피부에 바로 닿는 주방 세제와 보디용품 그리고 세탁세제를 친환경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람이 몸에 밴 습관이 이렇게 빠르다고 바꾸기로 마음먹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그러면 어떤 친환경 세제를 사야 할까였다. 다행히도 뒤늦게 배워가는 미니멀 에코 라이프 덕에 잠시 숨을 고르고 집에 있는 물건부터 찬찬히 살펴보니 이미 베이킹 소다와 과탄산소다가 있다.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하여 주방에도 세탁 시에도 사용하면 지금의 강력한 세제만큼의 세정효과는 아닐지라도 적절한 설거지 및 세탁이 가능하리라 본다.
그리고 보디 용품과 샴푸도 이미 사용하고 있는 단순한 비누 한 장이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쓰고 있는 비누를 다 쓰고 나서 좀 더 자연 성분으로 구성된 비누를 준비하기로 했다.
오늘은 퇴근하면서 비울 것은 비우고 모아서 용도를 달리하기로 한 것은 정리를 새로 하려 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나와 우리 가족이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의 건강한 양식이다. 그래서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신이 난다. 나를 더 친절하게 대하는 일상의 모습.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구체화되어 생생하게 그려지고 만들어지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