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많은 심리학자들은 꿈 속에 깨어 있을 때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나 생각이 반영된다고 본다.
의무감·체면·역할·논리라는 이성의 세계에 단단히 묶여 있는 낮과 달리
밤의 세계에서는 감정의 영역이 점점 확장된다.
그래서 꿈은 조금 과장되게, 때로는 상징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보여준다.
‘무의식’ 혹은 '잠재의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더 쉽게 말해서,
꿈은 마음이 솔직해지는 시간이다.
낮에는 참고 넘겼던 두려움, 압박감, 지친 마음이
꿈에서는 더 직설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얼마 전 나는 거대한 바다와 선착장에 혼자 앉아 있는 꿈을 꾸었다.
평온해 보이는 바다였지만, 갑자기 커다란 괴물이 나타나 나를 향해 쫓아오기 시작했다.
꿈속의 나는 도망치느라 숨이 턱까지 찼다.
아침에 눈을 뜨고 생각했다.
“내 마음 어딘가에도 이런 압박 같은 게 있었던 걸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속에서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큰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첫째를 낳고 산후우울증이 심할 때 꾼 꿈도 있다.
두 남자가 나를 쫓아오는 꿈이었는데
꿈속 나는 그들을 ‘남편’과 ‘갓 태어난 첫째’라고 여겼다.
꿈속의 긴박했던 장면은 시간과 함께 바래졌지만 그때 느꼈던 긴장과 두려움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소스라치게 꿈에서 깨었고 옆에서 곤히 잠든 갓난쟁이 첫째를 바라보며
꿈이었음을 안도했다.
현실에서 남편도 아이도 나를 죽이려고 쫓아오는 무시무시한 존재는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그 꿈은 첫째를 놓고 이제 육아휴직을 시작하려는 내가 그때 당시에 짊어지고 있었던
부모로서의 책임, 경제적 압박, 온통 휘몰아치듯 아직 회복 전인 산후기의 내 몸. 이 모든 감당하기에 벅찼던 상황과 “해야 하는 역할들에게 쫓기던 나”의 모습을 투영한 하나의 감정적 출구가 아니었나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부모가 되었고 아직 신대원 학생이었던 남편까지 한 가정의 모든 경제가 내 어깨에 있는데 나는 육아휴직을 해야 한다니... 그러면 당장 아기 분유값은? 그때 당시 나는 매일 그런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첫째가 태어났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게 산후우울증은 깊어졌고 내 꿈은 나의
불안을 그렇게 풀어내고 있었다.
꿈은 내가 낮에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이 밤에 자리를 찾는 것이다.
깨어 있을 때는 숨기거나 미뤄두었던 감정들이, 꿈에서는 훨씬 더 솔직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 전체가 실은 24시간 얼마나 부단히 열심히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감탄한다.
내가 이성으로 막아서고 있었던 내 안의 가장 위험한 감정들을
꿈은 내 몸이 수면으로 긴장이 풀어지는 그 잠깐의 틈새를 이용해서
풀어낸다.
그렇게라도 그 감정을 풀어내야 내가 다시 내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내 존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가끔 스트레스가 커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도 감정이 힘들 때.
나는 꿈에 기댄다.
그 꿈이 '악몽'에 가까울지라도 그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면
다음날 마음의 짐이 조금 가벼워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