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한낮의 해는 이글거림. 그 자체인 듯 마냥 뜨겁고 그 햇빛 아래로 나설 힘도 의지도 나지 않는 그런 날들이
마냥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공룡 소리를 울려대며 쿵쿵 뛰어다니고 귀가 먹먹해질 때쯤 바라보는 화단은 강렬한 햇빛으로 가득하다.
무언갈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마치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다 빠져나가는 것 만 같은 그런 막연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알게 된다.
이건 '쉼'이 아니라 '낭비'라는 것을. 그저 시간을 견디는 듯한 나 자신을 향해 짜증이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때, 그 무기력과 해야 할 것 같은데 하지 않고 있다는 죄책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때, 그 한없이 처지는 기분을
대처하기 위해 내가 하는 가장 만만힌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청소'이다.
많이 처질수록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거운 더블 매트리스를 남편의 도움을 받아가며 끙끙 밖으로 꺼내어 햇살 아래 놓아둔다. 햇빛은 천연 살균을 시켜줄 것이다. 매트리스의 무게가 마치 지금, 내 마음에 눌어붙은 진득한 감정과 기분의 천근 같은 무게 같다. 내 속까지 말끔하게 살균 소독 되기를 바라본다.
자. 이제는 집 청소를 시작하자. 매트리스를 걷어낸 방을 시작으로 거실에 놀이매트를 치우니 집 전체의 민낯이 훤히 보인다.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빗자루로 말끔히 쓸어낸다.
물걸레로 바득바득 바닥 얼룩을 벗겨내며 지우고
두 번 세 번 빨아가며 전체 바닥을 닦고 나면 발에 밟히던 자잘한 티끌까지 깨끗하게 닦여나간다.
주방세제 풀어 화장실 청소를 이어서 한다.
고무장갑 끼고 변기의 묶은 오염도 박박 닦아낸다.
뜨거운 물로 한번 쫘악 부어주면 작은 화장실 안이 나름 환해진다.
바닥의 물기와 세면대 욕조와 변기의 물기까지 제거해 주면 화장실 청소도 끝난다.
전기포트에 물을 팔팔 끓여서 싱크볼과 주변에 아낌없이 부어준다.
부을 때 칼, 가위, 도마, 수세미에도 부어서 동시 살균을 해준다.
아무리 세제로 닦아주어도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을 붓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해주면 꿉꿉했던 냄새가 싸악 사라진다.
한참 청소에 몰입하다 보면 몸이 점점 깨어나고 근육, 관절 사이사이마다 조금씩 힘이 돌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