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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May 09. 2023

아무튼 쉐도잉!

오늘도 제자리걸음 중인 나의 영어를 위해

스마트폰을 만지작 만지작, 이것 저것 쓸데 업는 것까지 모두 탐색한 뒤에야,

의무감에 넷플릭스를 켠다.

누군가에게는 넷플릭스가 즐거움의 어플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다름 아닐 것이지만, 나에게 넷플릭스는 영어 공부 도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 공부를 하지 않을 때도 넷플릭스를 보기는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이러려고 넷플릭스를 구독 중인 게 아닌데 하는 이상한 죄책감 같은 설명할 수 없는 그늘이 지나간다.


내가 넷플릭스의 미드로 쉐도잉 하며 영어 공부를 한 지도 어언 4년이다. 처음엔 휴직 중 뭔가를 꾸준히 공부해 보겠다는 열의로, 다양한 영어 공부 방법을 찾아보고 재미있는 미드로 영어공부라니 이거다!라는 생각에 넷플릭스에 가입해 휴직 때는 나름 꾸준히, 복직 이후에는 틈틈이,,,(하지만 영어공부할 틈은 잘 안 난다는 게 문제다 ) 미드 쉐도잉을 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도 하고 있다고 말해도 되나? 하고 있다는 계속적인 느낌의 서술어는 최소한 일주일에 3-4일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또 소심해진다. 영어 공부는 이상하게도 꾸준하게 노력하는 분야지만 또 이상하게도 꾸준히 잘 안된다.  그래서 나의 영어 공부와 전혀 비례하지 않는 나의 영어 실력은 내가 허언증인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런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래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어디냐며(아니 꾸준 아니라니까요,,,)

또 그러다 보면 늘 거라고,,,(거북이도 이것보다는 빠를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래도 많이 늘었다고 생각할 거라고(네,,, 많이의 기준은 다르니까요.ㅠㅠ)

위로와 격려를 해주지만, 나는 안다. 내가 더 꾸준히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내 지인들의 위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긴 시간 한 것치고 나의 영어는 여전히 어린아이 수준인데, 사실은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언어의 기본은 암기이니, 나는 더 많은 단어와 표현을 암기해야 하는데,

잘 외워지지도 않을 뿐더러, 외우다 보면 과연 영어의 표현을 다 외워 정복한다는 것이 인간으로 가능한 경지인지 의문이 들게되어 머뭇거리게 된다.

(그냥 외우기 싫다고 말해……..)

누군가는 미드를 많이 보다 보면 귀가 트이고 입이 열린다는데, 나에게 그런 신세계는 왜 올 생각을 안 하는지

그저 듣는 것만으로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냐고 칭얼거리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영어가 나에게 응 안돼!라고 정색하며 대답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왜 나는 영어를 놓지 못하는가. 어차피 영어로 밥 벌어먹고살 것도 아니고, 여행 중에 하는 영어는 그리 많지 않아 바디 랭귀지의 도움을 받으면 먹고살 수는 있는데 말이다. 물론, 영어로 소통하는 친구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언감생심 그 정도를 바라지도 않는단 말이다.


사실 나조차도 영어 공부의 목적을 뚜렷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정말 솔직히, 솔직히 말해보자면 사실 그냥 영어로 말하는 나 자신이 좋다. 영어로 된 글을 읽어 내고, 또 영어로 된 영상물을 그냥 듣는 내가 멋있어 죽겠다.

사실, 나의 사촌들은 나와는 달리 부유했는데, 그 사촌언니 오빠들은 모두들 대학생이 되면 어학연수를 떠났다. 1~2년의 어학연수를 마친 언니 오빠들이 얼마나 영어를 잘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장하면서, 00이는 영어를 잘해서 금방 취직이 되었다. 00이는 영어가 되니까 이직을 하더라 등등 영어로 삶을 다져가는 것을 듣기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중에 결국은 영어를 쓰는 나라로 이민 간 오빠도 있으니, 영어가 그네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간접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나에게는 영어는 또다른 삶을 구축하는 수단이 될 수 도 있다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고, 또 그네들은 수천을 들여 어학연수를 갔지만 나는 한 달에 9900원이라는 푼돈으로 이렇게 영어를 공부하고 입이 살~짝 트이고 있으니 얼마나 멋진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그네들과 내 영어 공부 방식이 달랐듯, 수준도 다르겠지만…


하지만 영어 하는 내가 멋지다는 구체적이지 않은 목표로 영어를 공부하려 하니 틈만 나면 영어를 내려놓는 것이다. 오늘은 피곤하니, 멋있는 거 까짓 거 안 하고 그만인 거다.


그래도, 넷플릭스를 켠다. 오늘도 안 늘 거라고 생각하는데도, 또 오늘 열심히 앵무새처럼 따라한 문장이 내일은 도통 생각이 안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또 에밀리 인 파리를 보고 따라 한다. 세상에 꾸준히 하면서 성장하는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각박한가. 그냥 나처럼 꾸준히 때로는 틈틈이, 하면서 제자리 걸음하는 사람도 있어야 균형도 맞고 그런 거 아니겠나. 하는 소박한 변명을 해보며 이 글만 다 쓰면 넷플릭스 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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