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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Jul 18. 2023

[여행 전] 여행 준비는 잘 돼 가?

극 P 세 명에 극 J 한 명이 만드는 여행 준비

출국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나를 만나는 지인들의 안부인사는 늘 비슷하다.

“여행 준비는 잘 돼 가?” “준비 많이 했어?”


mbti의 성격 분류에 따르면, 극 P인 나의 경우, 여행 준비란 갈 숙소와 항공권이면 충분한 사람인데, 사람들은 어떤 준비를 하는 걸까?

내 기준에 모든 준비가 이미 지난겨울에 끝난 나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준비는 끝났다고 대답하고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쉰다.


극 J인 남편 기준에 여행 준비란 아침, 점심, 저녁의 스케줄이 각기 다르게, 비슷한 동선 안에서, 또 갈 수 있는 최대한의 여행지를 다니는 것이었을 텐데

이미 지난 수많은 가족 여행에서 그런 여행 계획의 무의미함을 몸소 느꼈을 터라, 완전하지 않은 계획들 속에서 불안한 마음을 속으로 삭이고 있었으리라.

극 P인 나의 경우 숙소와 차편만 마련되어 있다면 여행지에서의 계획은 이동 시간에 대충 정하는 편이고, 그마저도 수시로 바뀌는 스타일이다. 이런 나의 성향 때문에 지난 수많은 가족 여행에서 그러한 무계획이 아이들과 시간을 날려 먹어버린 경험들로 그래도 예전보단 조금 더 계획을 촘촘히 짜는 편인데,

이를테면 나의 계획은 이런 식이다.

월- 베르사유 궁전

화- 오르세 미술관

수- 루브르 투어

목- 지베르니투어


완벽하지 않은가? 주로 나는 계획을 포스트잇에 짜는데, 나의 계획표를 보고 지나던 나의 친동생 및 지인들이 설마 그게 끝은 아니겠지라며 불안한 눈빛을 던지는 것을 보며 다시금 남편이 마음 고생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 준비에 설레는 아이들도 여행 책자를 즐겨보고, 또 여행 계획에 잘 동참하는 편이었지만, 걔네들의 계획은 나보다 더 심각해서, 맛집과 디저트집만 고르고 쇼핑 스폿만 찾기에 극 P인 나도 절레절레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도, 우리에게 권유하거나 압박하지 않고 남편은 일정표를 만들었고, 남편의 수고에 나도 내 본성을 버리고 각 사이트에서 입장권 및 투어를 예약했으며 그래서 지금 우리는 떠날 준비를 마쳤다.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며,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비용을 치르며 여행을 떠나는 것이기에 딱 한 가지만은 꼭 하자고 말했고, 그것은 매일 일기 쓰기였다.

여행 캐리어에 네 권의 일기장과 각자가 좋아하는 필기구를 함께 챙긴다. 무계획인 나와 아들들, 또 계획된 하루를 선호하는 남편은 어떤 하루를 일기로 남기게 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돠기도 한다. 막상 읽어보면 젤라토 맛있게 먹은 이야기만 잔뜩 할 수도 있고, 다리가 너무 아파서 집에 가고 싶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각자의 기억을 잘 기록하고 추억의 씨앗을 심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피난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극P들도 한식엔 진심입니다.

@대문 사진은 인천으로 가는 길에 막내가 노을 지는 하늘이 예쁘다고 사진 찍었는데 운 좋게 찍힌 나와 남편의 뒷모습. 우리 여행 중에도 이렇게 얻어걸리는 순간들이 많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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