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설계도2
어제는 퇴근하자마자 씻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하루가 통째로 빠져나간 것 같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묘한 죄책감이 들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못한 날이 지나고 나면, 다음 날은 조금 무겁게 시작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오늘은 괜찮았다. 운동을 제일 먼저 했고, 책도 읽히고, 필사도 무리 없이 이어졌다.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라는 말이 있던데, 그 말이 맞았나 보다.
오늘 하루는 그렇게 작은 성취에서 시작되었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오늘은 몸이 먼저 이해했다.
요즘은 치매예방지도사 강의를 듣고 있다. 처음엔 낯설었던 강의 화면도,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필사를 하고,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고 나면 벌써 하루가 저문다.
이젠 시간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뭔가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지내다 보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게 된다. 그 말이 오늘은 유난히 내 안에 오래 남는다.
이번 주, 나를 가장 붙잡아준 문장 하나가 있다.
"아직의 거절이지, 아니의 거절은 아니다."
이 말은 단지 위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해주는 언어였다. 나는 이 문장을 '문장서랍'에 고이 넣었다. 언젠가 흔들리는 어느 밤에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요즘의 나는 매일 하나씩 그런 문장을 모으고 있다. 그건 마치 나에게 도착한 조용한 편지 같고, 지나온 나를 다시 안아주는 손 편지 같다. 누군가의 말이 내 하루를 붙잡아주는 순간, 그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작은 등불이 된다.
기록은 여전히 어렵고, 루틴은 아직 흔들리지만 나는 매일 점 하나를 찍듯 살아내고 있다. 그 점들이 모여 선이 되는 날, 그 끝에는 ‘비토’라는 이름이 남아 있기를.
오늘의 감정기상: 흐림에서 갬 사이 회복의 설계도, 두 번째 선을 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