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쉬게 하는 연습

회복의 설계도3

by 박비토





기록은 언제나 루틴의 중심에 있지만, 매일이 완벽할 수는 없다. 이번 주, 나는 지키지 못한 루틴보다 다시 돌아온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퇴근 후 지친 날,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운동도 공부도 미루고 싶었던 날. 그날 나는 카페에 갔다. 아무런 계획 없이 들어간 공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창밖 풍경은 내 안의 무게를 천천히 내려놓게 해 주었다. 기록하지 못한 하루였지만, 그 하루는 나를 회복시킨 하루였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다시 루틴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내 태도였다. 오늘도 비워져 있는 일기장 한 칸을 보며 말한다. 괜찮아, 나 지금도 잘하고 있어.




이번 주의 감정기상도는 흐림 뒤 맑음이었다. 치매예방지도사 강의도 어느새 챕터 하나를 더 넘겼고, 필사도 다시 손에 익었다. 운동은 여전히 하기 싫은 일의 우선순위지만, 그걸 마치고 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나도 모르게 습관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먼저'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는 주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문장서랍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을 만났다. “인생에는 결코 늦은 시기는 없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나에게 도착한 이 말이 얼마나 단단한 위로였는지 모른다. 회복은 스펙터클한 변화가 아니라, 이런 조용한 다짐 하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나는 점점 알아간다.




이번 주 내가 가장 고맙게 여긴 건, 계속 꾸준히 해내는 나보다도 지치고 쉬었다가도 다시 돌아온 나였다. 루틴을 벗어나도 괜찮다는 허락, 그 안에서 회복을 유지하는 연습. 그게 내가 요즘하고 있는 ‘나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언젠가 나도 나만의 기록으로 나를 다정하게 증명해보고 싶다. 작가님이 2만 장의 영수증을 모아 온 것처럼, 나도 나의 문장을 천천히 쌓아가고 싶다. 매일은 아니어도, 매주 조금씩.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회복의 하루를 기록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설계하며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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