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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리미 Nov 28. 2023

아빠를 간병하다가 휘청 흔들리다

일상이 무너진다는 것

 지난 금요일 아빠의 견갑골 골절로 인한 입원으로, 마침 무직 상태인 세 딸들이 순번을 정하여 2박 3일씩 아빠 간병을 하고 있다. 둘째, 셋째의 월경 현상 때문에 내가 짧은 텀으로 다시 병원에 1박 2일 짧게 머무르게 되었다.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깊은 밤, 아빠는 화장실을 두 번 찾았고, 간호사선생님의 라운딩과 아빠의 파킨슨약 먹는 시간 때문에, 밤사이 나는 잠에서 네 번 깼다. 아빠가 아침식사를 마친 후(나는 아침식사를 대부분 간단히 먹거나 거른다.) 아빠의 휴식 시간 동안 덩달아 나도 쪽잠을 잤지만, 나의 컨디션은 온전하지 못했다. 아빠에게 날카롭게 굴기도 하고 문득 아빠가 미워지기도 했다. 이내 그런 내 자신이 괴로웠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간병 교대할 셋째가 병실에 도착하여, 이것저것 인수인계를 마친 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지하철 3호선의 시작역 즈음이라, 다행히 앉아서 귀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사람이 점차 많아지더니 이내 열차는 혼잡 상태가 되었다. 앉아서 가는 나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으나, 갑자기! 공황 발작 비슷한 것이 시작되었다..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감,

과호흡이 올 것만 같은 느낌,
숨 쉬기 매우 힘든 상태,
시공간이 무너져내리는 느낌,
정신이 혼미해져 온다.

퍼뜩! 안 되겠다! 정신줄 단디 붙잡자!
정신 잃으면 안 된다.
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다.
숨을 충분히 쉴 수 있어. 어렵지 않아. 할 수 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안국역이었다. 숨을 고르고 심호흡을 여러 번 하였다. 그리고 내가 내려야 할 역에서 무사히 하차했다. 지하철 역사 내 의자에 주저앉아 잠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뜬금없는 상황이 느닷없이 들이닥쳐온 것이다. 자, 정신을 주섬주섬 챙겨보자.




 문득 나 자신을 잘 먹이고 보듬어주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건강한 한 끼! 서브웨이에 들러 평소에 즐겨 먹던 조합의 샌드위치를 고르고 따뜻한 자리를 골라 앉은 후, 한 입 우물우물, 또 한 입 우물우물, 나에게 건강함을 조금씩 집어넣었다. 목이 메일 즈음에는 얼음 가득한 탄산으로 식도를 씻어 내렸다. 따뜻한 샌드위치와 시원한 음료를 육체 내부에 차곡차곡 채운 뒤, 곧바로 떠오른 내가 무척 애정하는 공차 버블티로 내 위장을 달달하게 다독여주었다.


 그렇게 배를 든든하게 만든 뒤, 쌀쌀한 날씨를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코 끝이 찡하게 신선한 바람. 나의 나약함을 싹 다 잊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날씨였다.


 위태로운 상태이나, 눈물은 나지 않았다. 남편은 마침 출장 중이라, 신혼집에 있던 둘째에게 SOS 신호를 보내었다. 우선 무사히 우리 집에 도착하여 필요시 약을 한 알 복용하였는데도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저녁 8시쯤 결국 자기 전 약을 미리 복용한 채 안락하고 안전한 침대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갔다. 곧 잠들었으며, 둘째가 도착하여 내 곁을 지켜주었다.




 다음날 아침, 몸과 마음이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멀끔해진 새 정신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체조와 운동을 하였으며, 영양소가 골고루 섞인 아점을 먹고, 둘째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둘째와 나의 결론 - 나도 (아직은) 환자이고, 일상이 무너지면 나 자신까지 무너져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수면의 중요성에 대하여 교수님과 연구 선생님에게 귀에 딱지 앉도록 들어왔는데,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수면. 더 이상 내가 아빠를 간병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둘째, 셋째가 오롯이 간병을 담당하는 것은, 그것 또한 무리이다. 아빠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간병인 화두를 꺼낼 시간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조금 흔들리는 정도로 끝난 것 같다. 너무 세차게 흩날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위태로울 정도로 힘차게 흔들렸다면.. 정말이지 응급상태로 응급실에 발을 내딛고, 나의 병원에 또다시 입원(개방병동이든 보호병동이든)한다는 것은.. 절레절레 상상도 하기 싫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는 아직 완전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간병인을 고용할 수도, 아니면 다시 세 딸이(혹은 두 딸이) 아빠의 왼쪽 팔이 되어줄 수도 있다.

 어떤 선택지가 발탁되더라도, 나는 나의 일상을 흔들리지 않게 차곡차곡 잘 쌓아나가야만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이 나의 의무이며 현재의 역할일 것이다! 나의 의무와 역할에 어김없이 충실할 것을 나와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앞에서 선언하는 바이다. 무사무탈한 하루 또 하루를 보내어 다음 글을 발행함으로 나의 선언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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