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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10. 2022

우리나라에서 토론이 어려운 이유 feat.무엇이든 공부

워킹맘 이야기

고등학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 선거 말이야. ~~ 넌 어떻게 생각해?"


난 정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 종교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니라는 신념이 있어서가 아니다. 해봤자 답이 없고, 감정만 상하기 때문이다. 거리를 두다 보니 관심도 없어졌다.

이번처럼 열띤 공방이 오간 선거도 드물었다. 듣기만 하고 내 의견을 말하지 않다 보니, 나에게 정치성향 테스트를 권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 테스트 결과 나는 진보 쪽에 살짝 기울어진 중립이 나왔다. 상대방은 정말 중립이구나?라고 놀라워했다.


친구는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너 보다 어리석은 자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말로,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

맞는 말이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싸우기 싫고, 그냥 내가 양보하고 말지 싶어서, 가능하면 상대방의 말을 수용해주다 보니 생기는 문제도 많았다. 1회 적인 관계면 차라리 나은데 반복되는 관계에서는 패턴이 되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까 봐 두렵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좋은 의견이라도, 상대방이 들을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뒷등으로도 안 듣는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동물'이다. 상대방의 의견과 내 의견이 다르면 사람들은 그것을 '위협'으로 느낀다.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적극적인 방어 기제로, '분노'의 감정이 생기고, 그 이후에 쏟아지는 말들은 '분노'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 쉽다.


의견과 견해는 나의 정체성이다.

옳고 그름이 정해져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라온 사람들은, 나의 의견과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당할 때, 자신이 부정당하는 기분을 맛본다.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이라는 점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문화적 배경이 동일하다 보니, 서로 비슷한 테두리 안에서 생각한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도저히 자신의 상식 선에서 이해가 않는다.


경쟁적인 시스템도 문제다. 옳고 그름이 명확한 답을 골라내는 데 익숙한 제도는 한 가지 '답'이 있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하게 한다.

아이들이 곧잘 하는 말이 있다.

"엄마, 그런데 이게 맞잖아요?"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아이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이렇게 뻔한데 어떻게 다른 답이 있다는 건지?


건전한 토론이 어렵다.

누가 내 의견과 견해와 다른 말을 한다면,

'저런 생각도 있구나?'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어떤 관점에서 저런 생각이 나온 걸까?'

'이 주장은 합리적인가?'를 따지기 전에 내 의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상처부터 받는다.

토론 문화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드러내는 일이 드물다 보니, 용기 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게 부정당하는 경험은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야.'같은 결론만 남기게 된다.


그러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기 쉽다.

사람들이 똑똑해서다. 해봤자 받아들이지도 않을 텐데...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레짐작하고 미리 포기한다. 특별히 거슬리는 게 아니면, 그냥 말 한번 들어주고 만다.


다시 공부이야기?

싱가포르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신기했던 점이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럴 때 이렇게 합니다.'라고 매뉴얼을 소개하고 말았을 것이다.

거기서는 역할극을 시킨다던가? 연수생들끼리 특정 이슈에 대해 옳다 그르다 토론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토의를 하거나, 실제 벌어진 케이스를 두고, 별로 분석해보는 수업이 많았다. 아무리 허튼소리를 해도 비난하는 사람도 없다.

첫 번째 직장(한국)과 두 번째 직장(싱가포르)이 같은 분야라 연수생 기간 동안 배웠던 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이 방식은 같은 개념을 배우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내가 직접 개입하고, 인풋 하는 감각이 많아지니 기억이 잘되고 실생활에서 예를 가져와 '전이'도 쉽게 일어난다.

*전이 : 어떤 상황에서 학습한 내용이 새로운 적용 하거나 사용하는 것

배울 게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방법이다.

필수적인 개념은 재현하는 방식(말하기, 쓰기, 토론하기, 역할극 하기)으로 배우고, 심화 파트는 개인별로 프로젝트 과제를 부과하거나, 암기해야 하는 것들을 짧은 테스트로 수행을 수시로 보는 방식은 어떤가 싶다.

**알라코알라 작가님, '무엇이든 공부로 연결시켜드립니다.' 덕분입니다.^^ 댓글에 고견도 부탁드려요.

링크 : https://brunch.co.kr/@minhyealakoko/54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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