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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ug 18. 2022

그래서 내가 절대 안 잊어버리려고요. 당신들.

사람 사는 이야기

인생에서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3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대.
 
어려울 때 날 도와준 사람.
어려울 때 날 혼자 내버려 둔 사람.
그리고 날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은 사람.

그래서 내가 절대 안 잊어버리려고요. 당신들.

'사랑의 불시착'에서 손예진이 한 명대사다.


한은 무엇 무엇을 못해서 생긴다.

잊어버리는 게 속편 할 텐데,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억울하고 분할 수록 잊히지 않는다. 억울하고 분한데 드러내지 못한 사연은 한이 된다. 한은 대게 '못해 본 것'과 관련이 많이 된다. '~안 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라는 말은 했어야 했는데 못해본 것에 대한 아쉬움을 보여준다.


왜 못한 걸까?

다른 사람 눈치를 봐서다.

이렇게 해도 될까?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사람이 체면이 있지. 설마 저 사람이 저렇게까지 나쁜 의도로 그런 건 아니겠지. 실수했을지도 몰라.

내 안의 내가 말과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나를 막는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와 같은 막연하고 두루뭉술한 격언 따위로. 그나마도 상대방이 선을 넘지 않았다면, 내가 참는 선에서 마무리되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는데도 현실적인 이유들을 고려하여 참았다면, 그 화는 오롯이 나에게 미친다.


말 못 한 상처는 쌓이고 쌓여서 마음의 병이 되고, 몸에 나타난다. '화병'이다. 그때그때 제대로 표현하는 건 나를 위해서도 상대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래야 내 몸에 화가 쌓이지 않는다. 상대방도 당황하지 않는다.


"내가 절대 안 잊어버리려고요. 당신들."

뼈 있는 대사다. 잊어버리지 않고 복수하겠다는 다짐. 복수란 직접적으로 나에게 해를 입힌 사람들에게 똑같이 갚아주는 것이다. 멸문지화를 입은 무협지 고수들은 첩첩산중에 들어가 지금은 사라진 고대의 무협 비책을 연마한다. 십수 년의 독학 끝에, 경지에 오른 그들은 속 시원하게 과거 묵은 화를 해소한다. 


어떻게 복수해야 속이 시원한 걸까? 

함무라비 법전에 새긴 동해보복의 법칙은 과도한 복수를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피해와 상대방이 입힌 피해의 크기는 같지 않다. '상대방이 내 팔을 부러뜨렸다면 똑같이 팔을 부러뜨려 복수를 해라'가 아니라 '똑같이 상대방 팔까지만 부러뜨릴 수 있고 그 이상 나가 죽일 수는 없다.'라는 의미다. 

(출처 : 나무위키 함무라비 법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만 대응하지. 그 이상을 하지는 말라는 것.

속으로 쌓인 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진다. 곱씹어 볼수록 괘씸한 것이다. 눈을 상했으면 눈+이까지 상하게 해야 속이 시원하다.


내가 절대 안 잊어버리려고요. 이 말은 본인이 의식을 했건 안 했건 "안 잊어버리고 내가 당한 것보다 더 갚아주려고요."라는 말의 줄임일 수 있다.

< 출처 : Pixabay>
잘 비워내는 것이 필요하다. 


한이 맺히기 전에 적절하게 감정을 해소하자.

위트 있게 받아치는 게 좋은데, 이런 순발력은 타고 나는 게 커서 나같이 진지한 사람들이 사용할 만한 비책은 아니다. 대꾸할 말이 적절하게 생각이 나지 않으면, 

1) 상대방이 한 말을 반복해본다. (상대방이 내가 무식하다는 말을 빙빙 돌려하고 있다면,) "아, 제가 무식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 말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내 입을 통해 상대방의 말을 돌려준다. 상대방이 자신이 한 말을 의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상대방에 말에 무조건 참은 것은 아니라 반응을 했기에, 내 마음속 응어리도 덜 맺힌다. 

2) 가끔은 대놓고 딴 말 한다. "점심은 뭐 먹을까요?" 그냥 무시하는 셈. 

3) 맞짱 뜬다. "어쩌라고요?" 제일 시원하긴 하다. 상대 봐가면서 해야 해서 제약은 있지만. 어르신에게 이렇게 말하면 어르신 상처받을 수 있다.


결론을 낸다.


당시 어떠한 이유에서 간에 내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다면, (혹은 그것이 좀 더 나에게 현명한 선택이었다면) 그 일에 결론을 내자.

갚아주는 게 필요하다면 무림의 고수처럼 힘을 키워라. 힘을 키우고 나서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이 복수를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있다면 하고 매듭을 짓는다. 그 일이 나에게 준 교훈을 잘 새긴다.


상대방이 그만한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면, 내가 잘되는 데 집중하자.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 내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게 아깝지 않은가? 한번 생각의 물길을 트고 나면 생각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쪽으로 흐른다. 윌리엄 제임스는 I think가 아니라 It thinks라고 생각에도 가주어를 붙이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생각은 내가 마음을 먹기도 전에 저절로 올라온다.


한 맺힌 생각을 반복해봤자 내가 얻는 것은 후회와 상처뿐이다. 그 시간에 내 실력을 키우고, 나에게 집중하는 게 낫다. 말이 쉽지 쉽지가 않다고. 당연하다. 생각이 저절로 올라오는데, 그걸 어찌 막는단 말인가. 

어떤 감정이 우리 속에서 일어날 때,  뇌의 변연계에 있는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적으로 유발되어, 몸에 퍼지고, 혈관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 90초가 걸린다고 한다.(출처 : 나에게 통찰을 가져다 준 뇌졸중, 지은이 질 볼티 테일러)

어떤 생각이 떠올라 괴롭다면 내 주의를 90초간 돌려보자. 호흡에 집중하라고 하던데, 내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나에게 말을 건다. "이건 지금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이제 생각을 멈추자."


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다.

구독하는 작가님 글에서 이 문구를 보고, 시아버지 말씀이 생각이 났다. 직장 상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내가 노후에 더 잘 살 거라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마음이 후련해질 것 같다면 그렇게 해라. 다만 그 이상 하는 건 또 다른 원한을 낳을 수 있으니, 딱 거기까지만 하자.


내 실력을 키우되, 내 힘이 충분히 커졌을 때, 과연 복수가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자.

"자기가 한 대로 받는다." 서글픈 위로 같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 뒤통수쳐서 잘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제한된 인맥 내에서 활동해야 하는 일인 경우 결국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뒷담화에 이끌리는 건 '평판조회'로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본능에서 진화했다고 하지 않던가.

베프는 이렇게 말했다. 

"난 끊을 때 상대방이 뭘 잘못했는지 말도 안해. 말해주는 거 그 사람 도와주는 거야. 자기 꾀에 자기가 당하게 되어 있거든." 

한국은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보다 좁은 3~4단계면 서로가 서로를 안다고 한다. 약은 행동으로 얻는 이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서글픈 위로만은 아닌 셈이다.

<출처 : Pixabay>
한줄 요약 : 한 맺히기 전에 적절히 풀어내자. 맺혔다면 결론을 내자. 실력을 키워 복수를 해라. 단, 실력을 키운 뒤에도 그 복수가 의미 있을지는 생각해보자. 가장 좋은 복수는 시간과 에너지를 나에게 집중해 내가 잘되는 것이다. 약은 자는 결국 자기 꾀에 넘어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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