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인생에서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3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대.
어려울 때 날 도와준 사람.
어려울 때 날 혼자 내버려 둔 사람.
그리고 날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은 사람.
그래서 내가 절대 안 잊어버리려고요. 당신들.
한은 무엇 무엇을 못해서 생긴다.
왜 못한 걸까?
어떻게 복수해야 속이 시원한 걸까?
함무라비 법전에 새긴 동해보복의 법칙은 과도한 복수를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피해와 상대방이 입힌 피해의 크기는 같지 않다. '상대방이 내 팔을 부러뜨렸다면 똑같이 팔을 부러뜨려 복수를 해라'가 아니라 '똑같이 상대방 팔까지만 부러뜨릴 수 있고 그 이상 나가 죽일 수는 없다.'라는 의미다.
(출처 : 나무위키 함무라비 법전)
속으로 쌓인 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진다. 곱씹어 볼수록 괘씸한 것이다. 눈을 상했으면 눈+이까지 상하게 해야 속이 시원하다.
내가 절대 안 잊어버리려고요. 이 말은 본인이 의식을 했건 안 했건 "안 잊어버리고 내가 당한 것보다 더 갚아주려고요."라는 말의 줄임일 수 있다.
잘 비워내는 것이 필요하다.
한이 맺히기 전에 적절하게 감정을 해소하자.
위트 있게 받아치는 게 좋은데, 이런 순발력은 타고 나는 게 커서 나같이 진지한 사람들이 사용할 만한 비책은 아니다. 대꾸할 말이 적절하게 생각이 나지 않으면,
1) 상대방이 한 말을 반복해본다. (상대방이 내가 무식하다는 말을 빙빙 돌려하고 있다면,) "아, 제가 무식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 말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내 입을 통해 상대방의 말을 돌려준다. 상대방이 자신이 한 말을 의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상대방에 말에 무조건 참은 것은 아니라 반응을 했기에, 내 마음속 응어리도 덜 맺힌다.
2) 가끔은 대놓고 딴 말 한다. "점심은 뭐 먹을까요?" 그냥 무시하는 셈.
3) 맞짱 뜬다. "어쩌라고요?" 제일 시원하긴 하다. 상대 봐가면서 해야 해서 제약은 있지만. 어르신에게 이렇게 말하면 어르신 상처받을 수 있다.
결론을 낸다.
당시 어떠한 이유에서 간에 내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다면, (혹은 그것이 좀 더 나에게 현명한 선택이었다면) 그 일에 결론을 내자.
갚아주는 게 필요하다면 무림의 고수처럼 힘을 키워라. 힘을 키우고 나서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이 복수를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있다면 하고 매듭을 짓는다. 그 일이 나에게 준 교훈을 잘 새긴다.
상대방이 그만한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면, 내가 잘되는 데 집중하자.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 내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게 아깝지 않은가? 한번 생각의 물길을 트고 나면 생각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쪽으로 흐른다. 윌리엄 제임스는 I think가 아니라 It thinks라고 생각에도 가주어를 붙이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생각은 내가 마음을 먹기도 전에 저절로 올라온다.
한 맺힌 생각을 반복해봤자 내가 얻는 것은 후회와 상처뿐이다. 그 시간에 내 실력을 키우고, 나에게 집중하는 게 낫다. 말이 쉽지 쉽지가 않다고. 당연하다. 생각이 저절로 올라오는데, 그걸 어찌 막는단 말인가.
어떤 감정이 우리 속에서 일어날 때, 뇌의 변연계에 있는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적으로 유발되어, 몸에 퍼지고, 혈관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 90초가 걸린다고 한다.(출처 : 나에게 통찰을 가져다 준 뇌졸중, 지은이 질 볼티 테일러)
어떤 생각이 떠올라 괴롭다면 내 주의를 90초간 돌려보자. 호흡에 집중하라고 하던데, 내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나에게 말을 건다. "이건 지금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이제 생각을 멈추자."
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다.
구독하는 작가님 글에서 이 문구를 보고, 시아버지 말씀이 생각이 났다. 직장 상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내가 노후에 더 잘 살 거라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마음이 후련해질 것 같다면 그렇게 해라. 다만 그 이상 하는 건 또 다른 원한을 낳을 수 있으니, 딱 거기까지만 하자.
내 실력을 키우되, 내 힘이 충분히 커졌을 때, 과연 복수가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자.
"자기가 한 대로 받는다." 서글픈 위로 같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 뒤통수쳐서 잘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제한된 인맥 내에서 활동해야 하는 일인 경우 결국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뒷담화에 이끌리는 건 '평판조회'로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본능에서 진화했다고 하지 않던가.
베프는 이렇게 말했다.
"난 끊을 때 상대방이 뭘 잘못했는지 말도 안해. 말해주는 거 그 사람 도와주는 거야. 자기 꾀에 자기가 당하게 되어 있거든."
한국은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보다 좁은 3~4단계면 서로가 서로를 안다고 한다. 약은 행동으로 얻는 이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서글픈 위로만은 아닌 셈이다.
한줄 요약 : 한 맺히기 전에 적절히 풀어내자. 맺혔다면 결론을 내자. 실력을 키워 복수를 해라. 단, 실력을 키운 뒤에도 그 복수가 의미 있을지는 생각해보자. 가장 좋은 복수는 시간과 에너지를 나에게 집중해 내가 잘되는 것이다. 약은 자는 결국 자기 꾀에 넘어가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