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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Sep 23. 2022

친구가 힘들다고 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 사는 이야기


나 힘들어 죽을 것 같아.

(A) (가만히 어깨를 토닥인다.)

(B) 야. 세상에 너만 힘드냐? 다들 그렇게 살아. 유난을 떠냐. 그나저나 Z는 어떻게 됐어?

(C) 상한 일 있었구나. 무슨 일인데?


<출처 : Pixabay>
상대방이 어두운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A) 가만히 듣는다. 말하다 보면 스스로 풀릴 수도 있겠지.

- 만약 상대방이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다면? 대략 난감하다.


(B) 계속해서 부정적인 말들을 쏟지 않도록 화제를 전환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니까, 그 연결고리를 끊어준다.

- 감정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는 사람은 내 감정이 부정된다. 존중받지 못한다 여길 수 있다.


(C)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 감정을 긍정하고 공감한다.

- 요게 답일 것 같지만 함정이 있다. 상대방에 말을 긍정하게 되면, 그 사람이 했던 모든 말들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착각할까 봐 쉽사리 공감을 표하기가 어울 때가 있다.

<출처 : Pixabay>

상대방에게 공감하기, 요게 답일까?


(C)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나 때문에 속상한 게 아니라면 괜찮다. 나는 제 3자니까. 만약 나랑 상대방이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면?


편의상 A가 30%, B가 70% 잘못을 했다고 치자.

A는 B의 입장에서 이해해보고자, B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A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B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어.'

A는 듣고 있다가 자기도 잘못했구나 깨닫고 B에게 사과를 한다.


이제는 B가 A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

A는 B도 자기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왠 걸? B는 A가 사과를 했으니, A 잘못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A 말을 들을 생각은 안 한 채.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을 때는,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당연한 거다. 누구나 내 입장이면 화가 날 거다. 남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네가 잘못한 거다.

내 주관이 객관으로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A는 B가 속상해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을 표하고 더 나아가 사과까지 했다. 이걸 가지고 B는 자기가 옳았다고 A가 인정한 것으로 착각을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잘못 30% vs B 잘못 70%, 이렇게 명확하게 잘라서 잘잘못을 가릴 수가 있을까?

A는 억울하다. 내가 잘못한 부분을 사과하고, B가 "나도 잘못했어."라고 사과하기를 기대했지만, 상대방은 자기 말만 쏟아붓고,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양 몰아간다.

사람들이 이겨 봤자 실익이 없는 데 소송을 하는 이유는 뭘까? 객관적인 법의 판단을 받고 싶은 마음이다. 소송 비용 생각하면, 안 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돈 생각해서 넘어가기에는 억울함이 풀리질 않으니까.


상대방 감정을 긍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모범 답이지만, 이게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공감을 자신에 대한 '동의'로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A가 B에게,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미처 그 점을 고려하지 못했네. 미안하다."라고 사과를 했다면, 그다음 B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관찰해보자.

B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A의 입장에 서보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 손절해야 할 사람이라면, A가 한 작은 잘못을 가지고 자기 잘못을 덮을 것이다.


(C) 공감까지는 좋다. 상대방이 자기 생각에 '동의'를 구할 때는 조심한다.

(B) 사용하지 않는 게 낫다.

(A) 아무래도 내 기준에서는 이게 최선인 듯하다. 침묵이 두렵기도 하지만, 무어라 말을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같이 술을 마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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