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Sep 22. 2022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말이나 행동

사람 사는 이야기

일기 숙제, 나도 한번 해볼까?


아이 알림장에 올라온 내용이다.

"나의 마음을 다치게 했던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주제가 괜찮은데?

내가 한번 써볼까?


자청은 <역행자>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 지점을 잘 살펴보라고 했다. 불편한 지점은 대게 내 결핍과 맞닿아 있다. 결핍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부족하다 → 채우려 한다 → 앞으로 나아간다.

부족하다 → 감춘다 → 부족한 부분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한다.

결핍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쓸데없이 자기방어 수위를 높이기도 한다.


난 어떤 게 불편할까?

40대 중반이 되니 물욕이 확연히 준 걸 느낀다.


○○네는 강남에 아파트가 3 채라더라.

→ 그래. 좋겠네.

어쩌겠냐. 내 집도 아니고. 나중에 자식들 하나씩 물려주면 되겠다.


□□네 아들이 전교 1등이래.

→ 엄마 안 닮은 모양이네. 아빤가보다.

자식은 내 마음대로 안된다. 공부를 강조하는 시기에 공부를 잘한다. 긍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단지 좋은 대학을 가는 게 전부가 아니다. 노력을 했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다. 요런 선순환 루프를 경험해본 아이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문턱이 낮다. '까짓 거. 함 해보지. 뭐.' 이런 마인드가 생긴다. 난 A를 잘했으니, B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도전은 자신감이 전부다.


아.. 말이 길어지는 걸 보니 자식 욕심은 아직 좀 있나 보다.


대학원이나 가지 그래?

'나의 마음을 다치게 한 말이나 행동'하면 바로 생각나는 말이 있다.

"레오야. 심심하면 대학원이나 가지 그래. 아이들도 어린데."

https://brunch.co.kr/@viva-la-vida/72


대놓고 조건을 따지던 그녀는 본인이 원하던 대로 고르고 골라 부잣집에 시집을 갔다. 나는 아이를 임신하고도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누구나 다 각자 몫의 십자가가 있다.


물욕은 없지만, 난 명예욕은 있었다.

까놓고 말하자. 난 내심 이리 생각했다.

내가 더 똑똑해. 내가 너보다 잘났어. 넌 가진 게 외모뿐이잖아. 어디 와서 잘난 척이야?

- 내 속도 그리 고상하진 못하다.


그녀가 건드렸던 건 인정하긴 싫지만 '가난'이었다. 물욕과는 좀 다르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도 했지만 나는 딱히 강남에 아파트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싫었던 건 '가난'으로 인해 내가 규정되는 것이다. 그녀는 나를 자기 멋대로 판단했다. 먹고살려고 어린아이 놔두고 일하는 매정한 사람으로. 속으로 이리 생각했을 것이다. '열심히 살아봤자지 뭐. 내가 더 잘났어.'


친절하자.


고의로 상처를 주는 것과 몰라서 실수로 하는 것은 다르다. 그녀도 그 말이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렸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우월감을 표출하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닐 수도 있다. - 그녀 성격상 순수하게 나나 우리 아이가 걱정돼서 한 말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고의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


부족하고 평범한 인간인 우리는 필연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다. 내 안의 결핍이 날카로운 모서리가 돼서 상대방을 벨 수도 있고, 결핍을 강박적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내 주변 사람들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 내가 태어나서 경험한 것 이상을 상상하지 못하기에,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찰나의 순간이나마 친절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나의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잠깐 반짝이는 빛이 될 수 있으니까.

저는 가끔 제가 쓸모없는 인간인 것처럼 느껴져 절망하곤 해요. 특히 저에게 호의를 베풀고, 관심을 주고, 사랑을 주던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을 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사람만큼 불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나는 기어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마는 사람인가, 나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인가 싶어 마음이 마비가 돼요. 마비 끝에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곤 해요. 아무리 애를 써서 나아가려 해도 종착지는 평범한 인간일 뿐인 거예요.

평범한 인간종에 속하는 나는 불가피하게 타인을 슬프게도 아프게도 하는 것일 뿐이라는. 우리는 웃음을 주고받는 동시에 아픔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거라는.

그래서 『빛의 호위』 같은 소설을 읽으면 안도가 돼요. 평범한 나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준 적 있지 않을까. 나의 작은 호의가 누군가에겐 ‘나는 당신 편이에요’라는 말로 들린 적이 있지 않을까. 우리는 부족하고 나약해서 평범하지만, 평범한 우리도 선의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아주 짧은 순간 위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지은이 황보람>

한 줄 요약 : 당신도 나도 결핍이 있는 사람입니다. 고의건 그렇지 않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니 찰나의 순간이나마 친절하기로 마음먹어봅시다.

<출처 :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나르시시스트를 대하는 방법 3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