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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25. 2021

#5 또 다른 그녀 1 - 심심하면 대학원 가던가?

직장 생활 소고

#1~#4까지와는 다른 그녀다.

동기인데 나보다 한 살 더 많았다.


그녀는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일상의 지루함을 잡다한 내기와 위트 있는 말들로

즐겁게 넘길 줄 알았다.


20대 치고는 드물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큰 아이를 낳고 몇 개월 안돼서

동기들끼리 만남을 가졌다.

나는 아기띠에 큰 아이를 안고 지하철을 타고

거의 한시간 반쯤 걸려,

약속 장소에 도착했더랬다.

그렇다. 우리집은 시내 중심가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다.

소위 이야기 하는 베드 타운.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취업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니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레오야, 아이도 어린 데, 무슨 일을 한다고 하니?"

"정 심심하면 대학원 가던가."


그 언니는 아마도 내가 받아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그리 말했을게다.


맞다. 난 받아치지 못했다.

지금의 나라면 어림도 없지.


자신을 잘 알았던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결혼을 했다.

그녀는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고,

심심하면 대학원을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는,

자신의 부를,

굳이 나에게 과시하고 싶었는지,

상대방의 처지와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막말을 날린 것이다.

- 일단, 대학원생들 미안합니다.

심심풀이로 다니는 곳이 아니란 걸 너무 잘 압니다.

그녀가 무식한 겁니다.


사람마다 가치관도 다르고 바라는 것도 다르다.

나는 그녀가 물질적이라는 이유로

무어라 하는 게 아니다.


대화란 무릇, 일방이 아닌 쌍방인 것이다.

상대방의 상황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대화는

일방적인 폭력이고,

그날의 패배를 나는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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