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 같은 책임감
그해 봄, 이런저런 인연으로 식물 화분 몇 개와 같은 사무실을 쓰게 되었다. 생명을 키운다는 것에 수반되는 부담 때문에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조차 키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고민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며칠이 지나버렸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사이가 되었다.
모든 만남이 그렇듯, 이름은 무엇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배려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정보를 찾아 읽었다. 내 생활 패턴을 가늠해 보고, 다음과 같이 반려자로서 내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햇볕 잘 드는 창턱에 모든 화분을 내어놓고 물을 충분히!
매주 월요일 아침, 나는 반려식물에 대한 책임을 살뜰히 이행했다. 일하는 틈틈이 화분에 눈길을 주고 심지어 말을 걸기도 했으며, 매일매일의 미세한 변화를 어렵지 않게 눈치챌 정도가 되자, 드디어 식물이라는 것에도 '정'을 느끼게 되었다.
첫 만남 이후, 화분은 보답이라도 하듯 더욱 풍성해졌고, 계절이 세 번 바뀌어 겨울로 접어들었다. 월요일 아침, '비로소 겨울다운 겨울날이구나' 혼잣말을 되뇌며 출근했다. 사무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훅 들어왔다. 화분을 꺼내놓으며, 잠시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는 했다.
옷도 없이 춥겠다...
보통은 물을 주고 한 30분이 지나서 화분을 들여놓았지만, 날이 춥기도 했고 볼일이 급하기도 해서 여느 때보다 일찍 화분을 들여놓았다.
화장실에 갔다가 사무실 안으로 발걸음을 들여놓을 찰나. 눈앞에 있어야 할 익숙한 모습, 물과 신선한 공기를 금세 먹고 난 다음의 풍성한 생기는 온데간데없었다.
길쭉한 필로덴드론 줄기는 맥없이 꺾여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레옹에 나오는 아글레오네마 잎사귀는 물먹은 종이처럼 모두 축 쳐지고, 분재한 사철나무와 형광스킨다브셔스 잎사귀는 불긋불긋한 반점이 잎사귀 전체에 퍼져 힘이 없었다.
삽시간에 이파리마다 저승꽃이 번졌고, 줄기는 처참한 모습으로 널브러졌다.
무지가 책임감을 만나면 재앙이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