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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Feb 16. 2022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매일 글 쓰자 다짐을 하고 삼일정도 되었다. 정확한 날짜를 적어놓진 않았지만 월요일부터 했다고 하면 오늘이 수요일이니 그렇다.


쓸 이야기가 없지는 않지만 글로 나름의 완성을 한다는 게 문제다. 방금 전에 친구들을 쭉 적어보고 싶어 써봤는데 너무 개인적이거나 혹여나 친구가 보고 생각할 생각이 염려가 되기도 했고 타인의 이야기라면 좀 잘 써줘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 일단 담아놓았다.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을 보면 글이 길고 문장이 빽빽하더라도 잘 읽히던데, 아직 그 부분은 자신이 없을뿐더러 짧고 쉽게 쓰고 싶은 취향도 한 몫한다. 내 글이 길어지면 나조차 읽기가 버겁더라. 문장의 깊이와 끌어가는 내공이 부족해서일 거다.

그래, 그런 나는 짧고 쉽고 간단하게라도 쓰자 싶다.





글쓰기는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늘 일기를 썼고 독후감을 쓰면 곧잘 상도 받았다. 나만의 공간에 단상을 적고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면 글을 썼다. 머리가 복잡할 때도 썼는데 그때 깨달았다. 글이 깊은 치유력이 있구나. 나와의 대화를 위해 글을 썼다.


그런 글이 세상에 나온 건 블로그를 하면서부터였다. 블로그도 처음에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사이에서 적당한 레벨을 잡는 게 어려웠다. 쓰다 보니 균형을 잡아갔다. 너무 개인적으로만 쓰면 그야말로 일기라서  글을 읽는 사람을 늘 생각하고 써야 했다. 그걸 하고 나니 소재가 중요하단 걸  해외에 나가면서 알게 되었다.


이집트에 가서 일상을 적은 글로 사람들에게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워낙 한국과 멀리 떨어진 곳이고 2011년 당시는 해외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이 쓴 글을 찾기 어려워서 이집트에 가족들과 오는 분들이 내 블로그를 필수코스로 보고 들어오셨다. 정말 드문드문 올린 글이었는데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보람될 수가 없었다. 그때 글의 소재가 중요하구나 알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한국에 와서는 유튜브를 시작하고 이집트에서 시작했던 현실 미니멀 라이프에 관해 써갔다. 또 작가가 되고 싶어 이리저리 도전을 했다. 그 결실이  요즘 하나씩 꽃을 피우고 있다. 이제야 쓴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 알겠다.


시작은 나를 위해 썼지만 남을 위해서도 썼고 이제는 나와 남을 동시에 위해 써야겠다 싶다. 그 경계는 없으니까. 이왕 쓰는 거 유익하게 말이다. 내 글을 읽고 마음의 위로든 따뜻한 마음이든 정보든 무언가를 가져가기를 바라게 된다.


이렇게 오늘도 써본다.



뭔가를 끄적인 흔적과 좋아하는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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