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빠삐코를 먹고 나서

by 엄채영


점심을 해서 먹이고 아이 한 명은 학원에 갔고, 큰 애는 조금 이따가 학원에 갈 거다. 먹이고 치우고 곧 다시 만들고 먹이고 치우고.


살림은 수행이었다. 육아가 결혼생활이 그리고 삶이 고행이라 생각되었다. 매일 회사에 출퇴근을 하는 남편이나 친구들도, 나처럼 프리 하지만 이거 저거 하는 게 많은 사람도 삶의 무게는 누구든 가볍지 않다.


거기다 나이까지 더해져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늘어간다. 여름 나무 같던 푸르던 젊음은 시간이 가며 사라질 테고 가을 나무처럼 바뀔 거다. 그러다 겨울을 맞겠지.


그래도 식후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등 달달이들을 먹고 나면 삶의 희망이 생긴다. 먹을 게 뭐라고 단순하고 원초적으로 이러나 싶다가도 든든히 먹고 달달하게 채우면 고단했던 마음 주름도 팽팽히 펴진다.


어쩌면 작은 것 때문에 힘들고 그 작은 것 때문에 고되다. 그 작은 게 큰 것일지도 모르지만.

특히나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발적인 일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일 때 힘에 부친다.


내가 내입에 넣어주는 초콜릿 한 조각이 자발적 달콤한 선물이라 좋고, 때로 아주 매운 게 당길 때 먹는 닭발이 적극적 선택이라 기분 좋다. 작은 것 때문에 힘나고 작은 것 때문에 행복해진다.


식구들의 다음을 위해서 먹고 어질러진 식탁을 치운다. 맛있는 빠삐코를 먹었으니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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