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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Feb 16. 2022

산다는 건

빠삐코를 먹고 나서


점심을 해서 먹이고 아이 한 명은 학원에 갔고, 큰 애는 조금 이따가 학원에 갈 거다. 먹이고 치우고 곧 다시 만들고 먹이고 치우고.


살림은 수행이었다. 육아가 결혼생활이 그리고 삶이 고행이라 생각되었다. 매일 회사에 출퇴근을 하는 남편이나 친구들도, 나처럼 프리 하지만 이거 저거 하는  많은 사람도 삶의 무게는 누구든 가볍지 않다.


거기다 나이까지 더해져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늘어간다. 여름 나무 같던 푸르던 젊음은 시간이 가며 사라질 테고 가을 나무처럼 바뀔 거다. 그러다 겨울을 맞겠지.


그래도 식후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등 달이들을 먹고 나면 삶의 희망이 생긴다. 먹을 게 뭐라고  단순하고 원초적으로 이러나 싶다가도 든든히 먹고 달달하게 채우면 고단했던 마음 주름도 팽팽히 펴진다.


어쩌면 작은 것 때문에 힘들고 그 작은 것 때문에 고되다. 그 작은 게 큰 것일지도 모르지만.

특히나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발적인 일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일 때 힘에 부친다.


내가 내입에 넣어주는 초콜릿 한 조각이 자발적 달콤한 선물이라 좋고, 때로 아주 매운 게 당길 때 먹는 닭발이 적극적 선택이라 기분 좋다. 작은 것 때문에 힘나고 작은 것 때문에 행복해진다.


식구들의 다음을 위해서 먹고 어질러진 식탁을 치운다. 맛있는 빠삐코를 먹었으니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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