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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Feb 24. 2022

제대로 불멍

벽난로 로망


봄방학을 맞아 가족여행을 왔다. 여행 가기 며칠 전부터 늘 디데이를 하는 막내는 신이 났다. 언젠가부터 여행 스케줄도 막내가 짜는데 '고양이 여행사' 라 부르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정말 가끔 고양이 같다)


예쁜 데다 벽난로 로망까지 실현시켜 줄 펜션을 발견해 예약을 했다.  도시와 아파트 생활이 익숙하고 좋지만 벽난로는 아쉽다. 특히 겨울에는 거실 한 곳에 장작을 쌓아놓고 얼굴이 빨개지도록 앉아 있고 싶어 진다.


직접 와보고 놀랐다. 벽난로를 현대적으로 이렇게 깔끔하게 디자인하다니. 건축가의 미학에 감탄을 했다. 아마 건축가는 집으로 시를 쓰는 사람 이리라.


도착하자마자 난로를 켜주십사 부탁을 하고 옆에 있는 나무를  계속 넣어주었다. 보기만 해도 따사롭고 참 좋다. 어르신들이 불가마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도 나이를 먹나 보다.


그 앞에서 귤을 먹게나 까먹었다. 과자도 먹어보았는데 역시나 시원한 과즙이 상큼하게 입안 가득 퍼지는 귤이 벽난로와 재격이었다. (식혜도 생각이 났다.) 이런 집이라면 도시를 떠나 살아도 좋겠다 싶다. 나도 나만의 집을 짓고 싶어졌다. 포근해 보이는 설기 설기 짜인 담요에 모자를 얹어놓고 한참을 혼자 놀았다. 아이들은 덥다고 조금 있다 가버렸다.


다른 곳도 간소하고 예쁜 감성이 곳곳에 채워져 어디를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었다. 가족들과도 좋지만 이런 곳에 혼자 와서 사치를 누려보고도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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