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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Nov 26. 2022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

산타할아버지, 캐럴, 겨울 낭만


어느새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아이 둘은 꽤 오랫동안 산타할아버지를 믿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산타가 없다고 했다고
어느 순간 집에 와서 물었다.

"네가 있다고 믿으면 있는거야"
라고 대답해줬다.

사실 그게 맞다. 뭐든 믿는 사람에게는 존재하는 법. 아이가 계속 믿는다면 부모는 산타 역할을 자처해서 깜짝 선물을 준비할 테니까.

그간 글씨를 다르게 쓰거나 프린트로 뽑아서 산타가 쓴 편지처럼 몰래 트리 밑에 놓아두기도 했고, 아이가 좀 크면서는 선물을 택배로 집에서 받으면 티가 날까 노심초사하며 몰래 숨겨두기도 했고 가까운 친정집에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꼬물꼬물 산타에게 직접 쓴 편지를 어딘가 간직하고 있다. 늘 너무 신기하다고 하면서 크리스마스날 선물을 뜯던 그 행복한 모습. 무언가를 믿는 사람의 기쁨을, 그 순수한 바람을 최대한 이어주고 싶었다.

재작년인가 비로소 막내가 초등 3학년 때 확실히 산타가 엄마였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큰 아이는 알면서 대충 선물 받으려 말을 안 한 것 같다. 그 후로는 산타 인척 편지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 사실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긴 했는데 막상 아이가 알아버리니 아쉽고 괜히 섭섭해지기도 한 게 사실이다.

내 기억을 해보면 난 애초에 잘 믿지 않았던 거 같다. 애기 때 뭘 모르니 믿었고 7살에 이미 알아버렸다. 유치원 때였는데 산타가 직접 오는 행사를 했고 선물을 받아와서 포장을 뜯어보니 내가 갖고 싶다는 선물에 카드를 열어보니 엄마 글씨체인걸 보고 확신했다. 아, 산타 가짜구나. 어쩌면 지금보다 더 어른 같던 꼬마였어서 그럴 만도 하다. 애어른 같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오히려 지금이 더 철이 없어지는 것도 같다. 철이 일찍 난다는 게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철없이 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산타의 존재는 있든 없든 믿든 안 믿든 그 자체로 좋다. 빨간 옷과 눈처럼 하얀 수염, 루돌프가 끄는 썰매. 겨울의 낭만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캐럴은 또 어떤가. 눈 내리는 날, 반짝이는 노오란 불빛이 화려하게 비추는 밤, 캐럴을 들으며 두툼한 외투를 입고 목도리를 둘둘 말고 예쁜 장갑을 끼고 걷고 싶다. 나이를 먹어도 아마 크리스마스의 낭만은 그 자체로 누구에게나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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