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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Nov 29. 2022

많이 힘들죠?

드라마 그리고 위로와 공감

"많이 힘드시죠?" 극중 '도우'역 배우 이상윤


드라마는 한 편의 문학작품 같다. 거창한 소설이나 대단한 문학작품이 아니라도 누구나 이야기와 예술을 사랑한다. 우리가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 드라마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때때로 좋은 작품은 찾아서 본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나 잔잔한 삶의 이야기 혹은 그 안에 위트가 있거나 멋진 배우가 나오거나 스타일이 좋은 것 그리고 역시나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면 꼭 보게 된다.

KBS 드라마 '공항 가는 길'도 그렇 시작. 2016년 작인데 본방은 보지 못했고 나중에 찾아서 봤는데 아마 2017년 여름 즈음이었다. 이집트 카이로에 살 때였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 풍경도 보고 향수도 달래고 그랬던 시기. 김하늘과 이상윤을 좋아해서 믿고 봤던 드라마인데, 1화에서 내 마음을 툭하고 건드리는 대사가 나왔다.



이렇게 멀리서 '수아'를 쳐다보며 위로의 말을 건네던 장면


"많이 힘드시죠?"

극 중 남주가 여주에게 하는 말로 아이를 해외에 있는 같은 학교에 보낸 상황. 드라마에 흐르는 기조가 '공감', '위로' 여서 제일 기억에 남는 대사다. 그 대사를 듣고 나도 모르게 펑펑 울기도 했었으니까.

아닌 건 잘 알지만, 마치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아서 그 장면을 보고 실컷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남편도 나간 아무도 없는 집에서 맘 편히 그렇게 펑펑. 한국보다 해외가 더 잘 맞나 싶게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했지만, 아이 둘은 어렸고 남편 서포트와 해야 하는 일이 참 많았다. 내 마음을 스스로 다잡으며 이래저래 바쁘고 힘든 시기였다. 더운 사막 나라에서 나를 담금질했던 때.



주저앉아 전화를 받던 '수아'역의 배우 김하늘



그 한 마디가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많이 힘들지?" 알아주는 그 말 말이다. 애쓰며 사느라 잘해보려 하루하루 바둥대던 나에게 위로를 해줬던 건 극 중 대사 한 마디였다. 연기한 배우뿐 아니라 언젠가 그 글을 쓴 작가를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한 편 한 편 풍경과 이야기들이 참 따스하고 위로가 되던 드라마였으니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

"많이 힘들죠?"

라면서 토닥토닥해주는 글.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아주는 글을 쓰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런 위로와 공감을 잔잔히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말 좋은 책, 드라마, 영화를 보며 실컷 웃고 실컷 울어도 보며 그렇게 또 툴툴털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힘든 게 티안나는 사람도 늘 애쓰며 살고 있을테니. 자신에게 솔직해질 시간을 갖는게 연말에 주는 나를 위한 선물이 될 거란 생각도 든다. 실 누구보다 날 위로하고 공감하고 사랑해줘야하는 사람은 결국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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