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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Sep 12. 2023

줄 이어폰 사랑

게으른 자의 효율성


새로 장만한 이어폰


줄 이어폰만 쓴다.

무선 이어폰이 어쩌다 생겼는데

그건 아이들 차지고

난 늘 줄이다.


"엄마, 이거 편해."

"응, 그래."


몇 년 전부터 지하철을 타도

다들 무선 이어폰을 쓰다 보니

가끔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내면

마치 옛날 사람이 된 듯하다.

하지만 난 그냥 줄이 편한 걸.


유튜브 쇼츠를 보다

슈퍼스타 이효리도 줄 이어폰을 쓰는 모습에

'그렇지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웃음이 났다.


실은 귀차니즘이 한몫한다.

휴대폰을 충전하는 것도

나에겐 신경 쓰이는 일인데,

이어폰까지 충전한다는 건 과한 일.

하나만 충전하고 싶다!

(+ 노트북까지가 맥시멈)


거기다 그 작고 귀여운 게

혹여나 쏙 빠져 떨어지거나

한쪽을 잃어버릴까 관심을 기울여야 하니

나에게 있어 수고로움 한도초과.


줄이 있어

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아날로그적 감성도 보너스.


요즘 다시 줄 이어폰을 쓰는 사람이 보인다.

주섬주섬 꺼내는 게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 않아 다행이야.

아무리 내 맘대로지만 혼자만 하면

0.1초쯤은 쑥스럽긴 하니까.




한 쪽만 들리다 아예 안되서 결국 빠빠이


오랜만에 새 걸 샀다.

들리다 안 들리다 해서 검은색은

결국 빠빠이.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라이프에 빠졌다.

뭐 하나라도 덜려고 하다 보니

물건을 줄였다.


게으른 사람이 가진

나름의 효율성!


줄 이어폰만 쓰는 이유도 비슷하다.

부지런하지 못해서

관리를 잘 못해서.


트렌드가 아닐지라도

나에게 맞고 편한 방법을 쓰면 된다.

내가 하고픈 대로

편한 대로.


그렇다 해

무선이어폰을 쓰는 사람은

흠 뭔가 모던하고 멋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난 과감히 포기하겠다.

계속 주섬주섬 줄을 꺼내겠다.



#줄이어폰사랑 #아날로그인간 #귀찮아서 #게으르지만잘하고싶어 #극강의효율 #미니멀라이프 #현실미니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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