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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Dec 15. 2023

비 오는 금요일 오후

행복 모으기



겨울비가 내리는 평일 낮,

하루 휴가라는 친구를 만나 브런치집에 갔다.

약수역 '차비(Chubby)'

미니멀하고 레트로한 분위기,

톤다운된 주황색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곳.

벽에 걸린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 그림이 마치 오늘의 분위기를 대신하듯 려있었다.


직장에 다니는 친구는 오늘처럼 평일에 이런 여유가 너무나 좋다고. 그러고 보니 프리랜서인 난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모호하다. 주말에도 작업을 하고 평일엔 쉬기도 하고 그때그때 달라진다. 또 주말에 가족 스케줄이 있으면 뒹굴뒹굴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주말이 나에겐 일하는 기분도 든다. 나의 주말을 꼽는다면 월요일이 아닐까.





사는 얘기, 회사 얘기, 각자의 이야기 등을 하며 결국은 그렇게 또 살아가는 거라며 서로를 토닥인다. 25년을 넘게 만나며 언제 만나도 어떻게 만나도 편안한 사이란 건 안식을 준다. 친구가 좋아하는 무화과가 떠올라 살 때 하나 더 사둔 쨈과 살 때 하나 더 산 안경걸이를 챙겨다 주었다. 사놓은지는 한참인데 오늘에야 전해 주다니.


어떤 걸 볼 때 누군가가 생각난다는 건 내 마음에 들어왔단 신호다. 어떤 걸 떠올릴 때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란 건 내 사람이 되었단 증거다. 그 사람에게 꼭 맞는 그리고 필요한 것을 주고 싶어 지니까.


그렇게 1시간 반가량을 이야기하며 보내다 각자의 스케줄대로 우린 자신의 세계로 향해갔다. 좋아하는 사람과 짬을 내 잠깐 만나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반대편 열차를 타고 가는 길에 친구는 자신이 먹어본 꿀고구마를 보냈다며 문자를 확인해 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비 오는 겨울 날씨마저 포근하게 느껴지는 순간.


난 그렇게 오늘의 행복을 하나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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