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 그림이 마치 오늘의 분위기를 대신하듯 걸려있었다.
직장에 다니는 친구는 오늘처럼 평일에 이런 여유가 너무나 좋다고. 그러고 보니 프리랜서인 난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모호하다. 주말에도 작업을 하고 평일엔 쉬기도 하고 그때그때 달라진다. 또 주말에 가족 스케줄이 있으면 뒹굴뒹굴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주말이 나에겐 일하는 기분도 든다. 나의 주말을 꼽는다면 월요일이 아닐까.
사는 얘기, 회사 얘기, 각자의 이야기 등을 하며 결국은 그렇게 또 살아가는 거라며 서로를 토닥인다. 25년을 넘게 만나며 언제 만나도 어떻게 만나도 편안한 사이란 건 안식을 준다. 친구가 좋아하는 무화과가 떠올라 살 때 하나 더 사둔 쨈과 살 때 하나 더 산 안경걸이를 챙겨다 주었다. 사놓은지는 한참인데 오늘에야 전해 주다니.
어떤 걸 볼 때 누군가가 생각난다는 건 내 마음에 들어왔단 신호다. 어떤 걸 떠올릴 때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란 건 내 사람이 되었단 증거다. 그 사람에게 꼭 맞는 그리고 필요한 것을 주고 싶어 지니까.
그렇게 1시간 반가량을 이야기하며 보내다 각자의 스케줄대로 우린 자신의 세계로 향해갔다. 좋아하는 사람과 짬을 내 잠깐 만나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반대편 열차를 타고 가는 길에 친구는 자신이 먹어본 꿀고구마를 보냈다며 문자를 확인해 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비 오는 겨울 날씨마저 포근하게 느껴지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