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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Dec 19. 2023

12월 1일의 기록

나만의 촛불을 밝히는 일


연말을 위한 나만의 조용하고 잔잔한 축하로 연주회를 골랐다. 캔들라이트 콘서트는 처음이었는데 촛불이 가득한 무대와 공간은 마음을 따뜻하게 일렁이게 했다. 류이치 사카모토 피아노 헌정 무대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따라가다 보니 가슴속 뭉클함에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


가득한 촛불을 보다 생각에 잠겼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불꽃은 작지만 강력하다.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촛불은 심지를 태우며 어둠을 밝힌다. 나도 때때로 촛불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바람에 꺼질 듯 꺼지지 않는 나만의 촛불을 늘 마음에 간직한 채 살았으니까. 그 불꽃을 꺼트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내 불꽃을 간직한 채 일상을 산다는 건 보이지 않는 투쟁이다. 때론 놓아야 할 것들이 있었고 때론 부딪혀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 순간 내 선택에 따라 나만의 촛불은 꺼질 위기를 겪고 잠시 불꽃을 숨기기도 했다가 때가 되면 다시 타올랐다.





무대의 촛불을 바라보다 내 안을 바라본다. 내 마음속 촛불은 이제야 바람에도 춤을 추고 잠시 사라졌다 두려움 없이 침착하게 다시 불붙는다. 아슬아슬하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조용하고 나직하게 흔들리며 불붙어있다.


하나의 초가 하나의 인생이라면 모든 심지가 타오르고 마지막 그 순간까지 나만의 빛을 내며 깊게 반짝이고 싶다. 별이 생기고 사라지듯 나도 그렇게 반짝이다 언젠가는 우주 저편으로 아갈 테니까.







* 류이치 사카모토 'Merry christmas Mr. Lawrence'

https://youtu.be/1OZDaRhHHyM?si=w3mmRZMHr55Qa0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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