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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Dec 11. 2023

고독주의자

겨울미학

언제부턴가 인생의 고독감을 오히려 더욱 즐기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타고난 독립적인 성격에 외동으로 자라온 환경으로 혼자 무언가를 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채로 자라왔는데 그게 마냥 환경에 기인한 것은 아니란 걸 깨닫고 있다.


나란 사람의 성향자체가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혼자 있는 고독감을 묘하게 사랑한다는 걸 알았을 때 그렇게 타고났구나 인정하게 되었다. 때로 나와 비슷한 사람이나 친한 지인들과의 만남은 좋아하지만 그 외에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의미가 없기에 차라리 혼자 있는 편이 낫다. 물론 정말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가끔은 사람들과 농담도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그래봤자 그런 일은  손에 꼽는다. 그걸 즐기는 사람들을 이해해 보고자 해 보는 것도 있고. 역시나 해보고 나면 나는 그쪽보단 원래 나대로 사는 편이 낫구나 싶어 진다. 그래도 다른 이들의 감정과 생각 속에 가끔은 들어가 보고 싶.


이런 내면을 가지고 있다 해도 사회적인 역할에 따라 달라지고 자리에 따라 내면은 잠시 접어 기도 한다. 하루 종일 고독감을 찬미하며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일들로 뒤섞인다. 더구나 고독주의자로 살기엔 결혼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내 안의 또 다른 영역을 잘 꺼내서 살긴 하지만 고독감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면 이내 지쳐버리고 만다. 나에겐 정말 필수적 감정이다.


고독감은 외로움과 유사한데 그렇다해도 외롭다는 감정과는 다르다. 외로움은 홀로 있다는 걸 상태만 인지한 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감정이라면 고독감은 홀로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 안에 머물길 원한다. 때로 고독해지고 싶다. 철저히 혼자 머물며 고독한 감정을 하나하나 느끼고 싶어 지니까 난 고독주의자인가. 혼자 있는걸 극도로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무슨 이상한 성향인가 싶겠지만 어차피 우린 서로 다른 사람이니 이걸 서로 이해하려면 우주가 다시 태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고독감을 즐긴다는 건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 눈에 반짝이는 별들은 사실 서로 수억광년 떨어져 있다. 지구와 가까운 별 달도 얼마나 먼 거리에 있나. 우린 각자의 별이니 고독감은 애초에 가질 수밖에 없는 감정일 테다. 아무것도 없는 검은 하늘에 홀로 떠있는 별처럼 누군가에게는 밝게 빛나지만 나 홀로 수만 밤을 지새워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겨울이 되면서 겨울이 주는 감정이 마음에 담기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고독한 감정이다. 때때로 느껴지면 오히려 그 속에 풍덩하고 그대로 빠져 버리고 싶다. 그런 감정을 담은 음악을 들으며 더욱더 깊게. 고독의 미학에 빠지기 좋은 계절, 겨울이다.




https://youtu.be/jXwR4_58uy0?si=HSGLKewFpat_-E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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