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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Nov 30. 2023

상큼하고 달달한 너

겨울차, 유자 민트티


커피를 끊고 나니

커피숍에 가면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여름에는 시원한 자몽에이드나

얼음이 들어간 음료도 마시지만

날이 추워지니 얼음 음료는 춥다.


어릴 적엔 얼음을 정말 좋아해서

오도독오도독 씹어먹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한 여름이 아니면 늘 따아다.

아아는 한 겨울엔 시도조차 안 하게 된다.

겨울에도 아아를 마시는 자의 트렌디함은 없지만 일단 따뜻하니 그걸로 되었다.


물론 커피를 마셨던 지난 시절

(그래봤자 몇 주 전), 때때로 차도 마셨다.

즐겨마시던 허니블랙티는

생각보다 카페인 함량이 아서 

요즘은 고를 수 있는 메뉴에서 빠졌다.

밀크티도 좋아하는데

유제품도 가급적 안 먹다 보니

마실 수 있는 게 손에 꼽는다.


그래서 카페에서 카모마일도 마셔 봤는데

돈을 내고 사 먹기엔  왜인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아이스 카모마일도 마셔봤지만

물 같아서 역시나 따뜻한 카모마일이 났구나 싶고, 집에 있는 카모마일 티백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언제부턴가 최애 차는 유자 민트티로 정착.

유자차를 좋아하긴 했지만

요즘 들어 자주 마시다 보니 더 맛있게 느껴지고, 익숙해지다 보니 더 좋아졌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처럼,

유자차도 자세히 보아야 이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달까.


한 잔을 받아 들면

보글보글 거품처럼 올라오는 상큼한 느낌이 좋다. 거기에 민트향이 은은하게 나니

마음이 잔잔해져 좋다.


시럽은 줄여 단맛을 어내니

나에게 딱 맞는 맛의 조합도 찾았다.

더구나 비타민 c도 많고 겨울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건강해지는 느낌도 들고 만족스럽다.


처음에는

카페인을 빼니 마실 게 없구나 싶었는데

카페인을 벗어나 시도하지 않던  골라보며

선택의 폭이 오히려 넓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익숙함을 벗어나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고

저항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익숙해진다.

어느새 새로운 것을 즐기고

음미하는 단계로 접어든다.

그리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그것을 습관처럼 선택하게 되고.


난 그렇게 커피와 거리 두기를 하며

다양한 차에 물들어간다.

커피의 낭만은 완전히 대체할 순 없지만

차의 낭만도 꽤나 스윗하다.

다양한 맛과 향으로 나에게 찾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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