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내가 만든 단어가 있다.
현실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라이프를 꿈꾸지만 현실적이다.
때로 책이 쌓여 있고, 옷장은 다시 차오르고,
냉장고는 잡지 속 사진처럼 깔끔하지 않다.
때로 대충 넣고, 완벽히 정리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어지럽지 않다.
공간은 다소 흐트러져도, 방향은 늘 분명하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정돈되지 않아도 중심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나는 삶을 완벽히 비우려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다.
물건은 많아졌다 줄었다 한다.
살다 보면 일은 겹치고,
책은 쌓이고, 시간은 부족하다.
그래도 괜찮다.
정리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
차 없이, 255L 작은 냉장고로
침대 없이도 편히 자며 산다.
남들은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아무런 불편이 없다.
오히려 자유롭다.
비우는 건 목적이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한 정비다.
나는 현실 속에서 미니멀하게 산다.
때때로 공간은 어질러져도,
내면은 정리되어 있다면 족하다.
때때로 어지럽지만 결국 명료하게,
때때러 복잡하지만 결국 단순하게,
때때로 불완전하지만 완벽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