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로 향해가는 길
요즘 음식을 약간은 수도승처럼 먹는다.
최소한의 재료로, 최소한의 간으로,
재료의 숨결이 그대로 들릴 만큼 단정하게.
자극이 사라진 자리엔
투명한 감각과 고요한 집중이 남았다.
원래 간소하게 먹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더더욱 그렇게 바뀌었다.
한동안 눈다래끼와 피부 트러블로 고생했고
원인을 찾다가
염증을 일으키는 음식과 결별을 선언했다.
커피, 초콜릿, 과자, 밀가루, 유제품은
내게 더 이상 미감을 충족해 주는 위로가 아니다.
누군가는 어떻게 그렇게 딱 끊어낼 수 있냐고 했다.
반복되는 안과행과 피부 트러블을 멈추고 싶었다.
내 몸의 소리를 듣고 더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아마도 고통과 고생이 없었다면
과감하게 끊어내지 못했을거다.
어쩌면 필연적인 일인가.
그동안 입이 행복한 음식들을 먹어왔다면
이젠 몸이 행복한 음식을 먹고 싶다.
물론 때때로 자극적인 맛을 선물로 준다.
적당하게, 내 몸이 반응하지 않을 만큼만.
하지만 그 전처럼 매혹적이지 않다.
없어도 괜찮다.
이젠 음식 속에서 ‘맛’만을 찾지 않는다.
대신 고유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
재료가 가진 자연의 진동,
입 안에서 퍼지는 본연의 특징.
그래서 양념 범벅한 음식은 내겐 너무 시끄럽다.
재료의 맛을 잊게 하는 그 복잡한 맛과 향보다,
소금 한 꼬집의 맑음이 좋다.
씹을수록, 익을수록,
그 단순함이 미각도 정신도 깨끗하게 만든다.
최소한으로 먹으며 완전하게 맛본다.
한 숟가락에도 삶의 미학이 있고,
절제 속에서 진짜 풍요가 자란다.
그동안 입에 안대던 두유를 먹기 시작했고
탄수화물을 억지로 절제하지 않고 충분히 먹어도
몸이 불지 않았다.
신기했다.
어쩌면 식탁은 나의 명상이고, 나의 기도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산골짜기 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요리하고 먹을 수 있을거다.
내 식탁은 이미 자연스런 것들이니까.
어쩌면 고요는 장소가 아니라 의식이다.
그렇게 난 덜어내고 걷어내고
본질만을 남기는 삶으로 조금씩 향해간다.
내가 선택했다기보다 삶이 나를 선택한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