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 높아지는 사람

by 엄채영

나는 더 이상 위를 향하지 않는다.
이제 아래로 깊어지고 싶다.

아래로 깊어진다는 건 아래로 높아진다는 것.
겸손으로, 사랑으로, 고요로.


산이 하늘을 닮으려 할 때
바다는 이미 하늘을 품고 있었다.
나는 그걸 이제야 안다.


낮아지면 깊어진다.
깊어지면 넓어진다.
넓어지면 모든 것이 스며든다.


낮게 흘러 모든 강을 품는 바다처럼

도시 속에서도 수도자처럼,
세상의 한가운데서 바다처럼 깊어지고 싶다.


다른 누구의 속도도 필요 없이
낮아지며 높아지며
그 깊이로 세상을 담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