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틀목수로 미래를 꿈꾸는 한 청년의 이야기
새 현장에 들어가기 전날, 그간에 상한 공구들이 뭔지 생각하며 공구가게를 향한다. 자주 쓰는 30cm부분만 녹슬고 상해버린 줄자, 때때로 전기톱을 쓸 수 없는 환경에서 필요한 손톱, 자루가 상하고 부러져 가는 망치, 헤지고 터진 못주머니.. 여러 가지를 산 후에 집에 와서 작업복을 챙긴다. 어느덧 12월의 코 앞, 다음 주 기온은 영하를 가리키고, 본격적으로 겨울 작업복을 꺼낼 때가 되었구나.
40대를 앞두는 나는, 건설현장에서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다. 건축의 주요한 시공 중에 골조공정에서 콘크리트를 붓기 전 건물의 모양을 만드는 거푸집을 만드는 직업이다. 시공하는 벽체에 따라 철근을 먼저 넣거나 거푸집을 먼저 만드는 일에서 형틀목수는 거푸집을 기본 자재에 나무합판과 각재로 비는 부분을 막아 만든다. 결과적으로 콘크리트의 무게를 이기고, 견뎌내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야하며, 최대한 똑바로 건물이 올라갈 수 있도록 수평과 수직을 잘보는 것이 중요하다. 20~30명, 때로는 더 많은 인원들이 한 팀을 이뤄서 한 공정을 마무리할 때까지 함께하고, 하루 출근하면 몸에 어느 한 곳은 긁히거나 찍히는 일들은 다반사로 겪기도 하고, 현장의 수없는 먼지와 각종 위험한 곳들 속에서 생존하는 일은 기본.
한 5년이 넘었나, 우연한 계기로 발을 들이게 된 건설현장, 형틀목수와 배관공으로 일했던 지난 시간. 하루하루 일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했지만, 긴 시간 척박한 현장에서 살아온 현장선배님들과 함께하며 일도 배우고, 삶도 배울 수 있음에 더욱 감사했다. 선배님들은 못대가리가 안 보일 때 일을 시작해 밤에도 못대가리가 안 보일 때까지 일하셨다고 하는데, 스스로의 힘만으로 20년, 30년 이 길을 걸어오신 선배님들의 내공은 내가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시공의 디테일이나 긴 시간 숙련된 야무진 손길, 일에 대한 태도, 쉽게 내보이지 않지만 신중하게 맺는 동료들과의 관계, 높은 생활력과 정신력, 자기 과업을 해내기 위한 정성과 노력. 나는 나의 삶을 위해 하루를 벌고 살아가지만 소중한 동료들과 생활하고 배울 수 있는 것처럼 감사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망치 한 자루에 삶을 걸고 살아온 사람들.
하나의 건물이 올라가기까지, 타설하고 거푸집을 해체하고 벽이 똑바로 서서 미끈하게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나. 좋아하는 어느 화가의 “나는 나의 삶을 그린다.”는 말처럼, 내가 행하고 겪은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도 난 이 직업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질문한다. 오랜기간 일하신 선배님들께 "목수일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몰랐지만, 다종다양한 시공의 경우를 모두 내가 스스로 책임지고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까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느끼게 되었다.
일용직의 불안한 삶, 한 사람을 고민하게 만드는 산업의 구조, 현장 펜스 안으로 들어갔을 때 펼쳐지는 다른 세상.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위해서, 스스로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 나의 삶을 쓰고 그리는 일들을 하다보면 척박한 현장에서 살아갈 나의 이유와 소중함을 더욱 찾을 수 있겠지. 그리고 나의 삶을 기록하는 일은 하루하루 나의 삶의 무게를 견디며 때로는 버티고, 견디며 살아오는 시간 동안 만난 수 많은 이들의 삶에 대한 존경이자, 헌사의 이야기일 것이다.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무게를 견디는 수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의 대한 나의 사랑을 적다보면 나 역시 더욱 또렷한 사람이 되어가리라 생각한다.
망치질에 인생을 걸고. 나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