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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aya Lee Nov 28. 2015

바르셀로나, 타파스와 단과자의 paradise

도시를 걷다 - #7 Barcelona



여행을 떠나와서 아침 일찍 잠을 깬다는 건, 일종의 고역이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새벽, 그것도 동이 트기 이전......

모두가 잠이 들어 있을 때, 나 홀로 시작하는 하루...... 무척이나 길고도 길다.


어둠 속에 눈을 떠 아무리 잠을 더 청해봐도 온 정신이 뽀송하다.

씻고, 옷을 차려입고, 아침밥까지 한 상 야무지게 차려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게다가 도시는 아직도 미명 속에 어슴푸레 잠겨 침묵을 유지하고 있고.

이런 때 길을 나서면 거리에서 마주치게 되는 것은 살찐 비둘기들과 물을 뿌려대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도시의 청소차들...... 부지런한 미화원들......

일찌감치 문을 연 카페 하나 찾기가 여의치 않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바르셀로나에 온 이상 가보지 않을 수 없는, 가우디의 구엘 공원Park Guell은 오전 이른 시간이면,

유료 입장 구역에도 입장료를 받지 않고 들여보내 준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봤던 것이 기억났다. 

지체 없이 길을 나섰다. 아침 공기가 여기저기 차갑게 와 닿는데, 간신히 잡아탄 버스가

예상보다도 좀 더 외진 곳으로 향한다......





역시나 내가 오늘, 구엘 공원의 첫손님.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곳저곳서 도시가 슬슬 깨어나고 있는데, 공원 안은 스산하리만치 조용하고......

해가 뜨기 전의 도시는 차갑고 푸른 색조다.












































































인간의 상상력과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실천은 늘 감탄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긴 의자'는 줄곧

바라보고만 있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어떤 이가 보기에는 단순히 조각낸 타일을

제멋대로 가져다 붙인 것 아냐?- 라는 

생각 들지 몰라도,

그러나 가우디는 무늬 하나하나

타일의 색감 하나하나를 조화롭게 배치해가며

자신만의 뿌듯한, 남모를 만족감을 느꼈으리라.


예술 '작품'으로 남은 역사적 장소에서

매일같이 조깅을 하고, 

한 폭의 추상화 같은 벤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느낌은 자못

남다를까?






























































별로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의 집' 모양을 똑 닮은,

그림 같은 건물 속 기념품 가게가 무척이나 궁금해

일부러 늦은 개장 시간까지 기다리고 기다려......

입성하였으나,


들어간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나오......

사태가.


아쉬워라.













그러고 나서 찾은 곳은 끼멧 y 끼멧-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맛있는 타파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이름이다.


앉아서 먹을 만한 공간도 없는

자그마한 동네 음식점에 불과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곳곳에서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는

전설과도 같은 타파스 집.


문을 열기도 전,

오픈시간이 제법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짙은 빨간색 대문 앞에는

먼저 기다랗게 줄을 이룬 무리가 있다.

맨 뒤로 다가가 살짝 서자,

누구라 할 것 없이 눈으로 반기는 이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오픈시간에 맞추어 문이 활짝 열렸다.




물밀 듯 밀어닥친 손님들의 법석에도

아주머니들의 노련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영어 주문도 척척척,

쌓여가는 접시 개수에도  아랑곳없이

추가 주문 척척척, 마지막 계산서까지

알아서 척척. 총계 얼마얼마.








한국인들 사이에서 으레 주문하곤 하는

메뉴 두어 가지가 있다는 건 익히 들었다.

누구나 다 선호하는 메뉴라 해서

늘 신뢰가 가는 건 절대 아니지만서도


그렇다고 그 메뉴를 건너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편중된 애정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법이렷다.

입 안에 가득 차는 두툼하고 싱싱한 연어와 꿀,

적당히 단맛 도는 감칠맛 나는 요거트라니-

절묘한 맛의 배합이 경이로울 지경.


게다가 맥주-!!! 이곳에서 만든다는

수제 맥주 한 잔을 꼭, 곁들여야만 한다.

친절한 아주머니는 조금 '스트롱'하다며

주문 전에 미리 언질을 주었지만,

맥주는...... 세상에,

달고도 달았다.


그로부터 순식간에 몇 접시를 더 주문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천장까지 가득 채워진 와인병의 시선 아래로

세계 각지 사람들의 머리와 웃음소리가 바글바글하다. 











배불리 먹었으니, 다른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외진 곳까지 가본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고,

관광이라 하기엔 볼거리도 부족하고,

딱히 흥미를 유발하는 상점도

편안하게 쉬어갈 장소도 마땅치 않은


목적이 불분명한 뭐 그런 곳들.









































멀리까지 왔다.

도시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곳.

지금 이 시간, 여기에 와 있는 당신네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싶은 곳.



















가시투성이 생명체의 목마름이 좋다.

가만히 보노라면, 충분히 아름답다.

꽃보다도 더.





























































엄청나게 기나긴 길을 따라

쭈우우우우우우욱 내려오다 보면,

그래도 종국에는 박물관이...... 등장한다.

지독히도 걸었다. 


국립 미술관 입구 바로 앞에는

자그마한 광장과 간이 카페가 있어,

역시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제 흥에 겨워 있다.


그리 높은 구역이 아닌 것 같은데도

도시가 휘영청 내려다보여,

기분이 좋다.













박물관 미술관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하도 여기저기 훑고 다녀서,

이제는 엔간히- 질릴 법도 하건마는-

작품들이 가만히 도사리고 있는 공간에

일단, 들어서면

이상하게 바로 눈이 빛난다.

 

타고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바르셀로나는 미식의 도시다.

도처에 가득한 식당들, 선술집들, 빵집과 과자가게, 카페 겸 바들.

굳이 이름난 어떤 곳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다소 저렴한 물가,

뜨거운 태양 아래 익은 식재료들의 풍성함이 와인과 생맥주와 어우러져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참으로 만족스러운 경험과 에너지를 선사한다.


발길 닿는대로 도시를 헤매다 보면 가장 흔히 시선을 붙드는 먹거리는 크게 두 가지인데,

골목 어느 곳, 정말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타파스와 단과자들이다.













































































둥글넙적한 전통빵 엔사이마다ensaimada는

가게마다 흔히 보이길래 자못 궁금해져

주문해 보았지만, 그다지 특별한 맛은......


연신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진한 초콜릿에 곁들여 삼삼하니 먹으면야 모를까,

굳이 다시 찾지는 않을, 재미없는 그런 맛.


게다가 바르셀로나에는

아직도 맛봐야 할 품목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Heaven.....................

이곳에서는 그저 신나게 맛보고, 또 걸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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