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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aya Lee Dec 04. 2015

모든 미슐랭들은 똑같은 짓을 하지

도시를 걷다 - #8 Barcelona



오늘은 이래저래 예약된 대로 움직이는 하루다.









바르셀로나 관광의 독보적 존재-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는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 조밀하게 짜인

시간표에 따라 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준비된 자세'가 필요한 곳이다.


콧대가 높은 만큼, 유세를 떨 만도 하지- 

라고 생각했으나, 웬걸....


이곳은,

사람을 한없이 겸손해지게 만드는 곳이다.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치 않다.


건물 안에 입장하고나서부터는,

그저 하염없이 위를, 위를....


아무 말없이 시선을 위로 향하면서

묵묵히,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다.














천재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바꾸는 천재는 분명히 따로 있더라....


한창 뚝딱뚝딱 여러 해에 걸친 공사로

분주하고 생동감 넘치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소란스럽지 않으며, 자못 차분하다.


이곳, 땅 아래 지하 공간에는

가우디가 영면해 있다.














어떻게, 인간의 머릿속에서,

상상력으로부터 이런 유려한 곡선과 조형미를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일까?








































































갈색빛 외부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조각 장식들과

성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조형물들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매일같이 들끓는 관광객들의

동경 어린 찬탄과 환호와는 달리,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묵묵한

삶의 일터가 되어주겠지.













까사 비센스Casa Vicens는 가우디 초기의

건축 작업물인데


건물을 빼곡히 덮은 노랗고 초록 빛깔의

꽃장식 타일이 유독 압도적으로 시선을 끄는 곳.


곡선미라고는 전혀 없이, 딱.딱. 떨어지는

직선 형태의 분위기가, 가우디라기엔 생소하다.


관광 스팟으로서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닌 데다가

외진 동네, 정말이지 작은 골목길

중간 즈음에 위치해 있어, 

뭐랄까, 상당히,

이질적이다.
















현재 개인 소유의 주택이라 하니,

실제 주인의 모습이 까닭 없이 궁금해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조금은 덜한

상 파우 병원Hospital de Sant Pau은

병원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운 외관이 일품이다.

마치 작은 갤러리나 부속 미술관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일반적으로 '바쁜' 여행 일정 때문에

방문 목록에서 제외하기에는 제법,

아쉬운 감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부터

걸어서도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 만큼,

산책 삼아 두 눈에 과거의 찬란함을 담아가기.
































체류기간이 길어질수록, 웹상에 만연하는 맛집들을 탐하기보다는

간간이 우연히, 골목 안에서 찾게 되는 동네 선술집 혹은 휴식 겸 해서 들르게 되는

카페, 베이커리 외에는.... 흥미와 실행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미식의 도시라는 곳에 왔으니...... 한 차례쯤 제대로 된 맛을 찾아

약간의 사치를 좀 부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아니, '바람직'하겠지.


별 두 개짜리 미슐랭 레스토랑 목록 중, 가격 대비 가장 마음에 드는

런치메뉴를 내놓은 곳을 고민 끝에, 결정하고 예약을 해둔 참이었다.











아주 예전, 다른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나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인해

무려 코스 가격 4분의 1에 달하는-

채 다섯 모금도 마시지 않았던-

원치 않은 추가된 '물 값'을

뼈아프게 지불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는 '그들'이 권하는 어떤 것도,

그들의 몹시도 능숙하고

예의 바른 '추임새'에

기필코 넘어가지 않으리라,

마음을 단단히 다져먹고 입장한 참이었다.












점심 코스 구성이 제법 괜찮았다.

아뮤즈 부쉬 하나가 조금 밋밋했고,

식사빵 맛이 아주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빵 덩어리에서 '끄트머리' 부분을 고를 것인지,

가운데 '말랑말랑' 부분을 선택할 것인지 미리 물어보는 서비스는 썩 마음에 들었다-

플레이팅이 섬세하면서 깔끔했고, 과일 베이스의 단맛과 짠맛이 적절히 섞인 음식들이 고루 나왔다.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양고기 메인이 어째 나의 예상과는 달리,

'버거 패티'의 모양새를 하고 등장했을 무렵부터 서서히 시작된 것.

양고기가 지나치게 '레어'하게 조리되어 비린 맛이 조금 난다 싶을 즈음,

아아, 누군가가 혼자 이곳을 방문한 나를 긍휼히 여겨- 뚜껑 딴 와인이라도

'저쪽 혼자 온 여성분께도 한 잔-'

전달해 주었으면 참으로 좋겠네- 라며 제멋대로 혼자서 훨훨

공상의 날개를 막, 막 끝내고 난 찰나, 아주 끝내주는 타이밍으로

'그'가 내 곁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 마담, 이 와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희 식당의 아주 스페셜한 하우스 와인인데....


이러면서 큼직한 와인잔까지 들고 와 살짝 따르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닌가?


- 조금 맛보세요. 어떻습니까? 드셔 보시겠습니까?


여기까지면 텁텁한 입가심도 했겠다, 좋았을 것을,

몽상을 아주 막 끝낸 직후라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도 모르게 반신반의,

끄덕, 하고 나자 그가 잔을 반쯤 채우는 것은 일사천리였다.

알맞게 서늘한 온도의 화이트 와인은 다소 쨍하고 드라이한 맛이 나서-

텁텁했던 양고기의 꺼림칙한 맛을 씻어주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나

순간 퍼뜩 엄습하는 두려움. 그리고 이어지는 후회. 

.... 와인 설명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잖아?

어째 또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어쩌겠는가.

일단 식사의 종결로 접어드는 디저트와,

이어 내오는 따끈한 루이보스 차를

마저 마셨다.

차 향기는 무척이나 진하고, 좋았다.

최후로는 바르셀로나의 여섯 가지 건물들을

그대로 형상화 한- 각기 다른 맛의 과자들을

얇고 큼직하게 구워 내왔는데,

맛보다는 눈으로 먹는

즐거움이 있는 마무리였다.




- 계산서를....  가져다주시겠어요?

Yes, madame









쓴웃음이 나왔다. 어쩌다 보니 혼자 흥에 겨워,

어처구니없는 자기 설정에 취해버리고 말았구나.

그럼 그렇지. 이 사람들이, 아무렴.


- 흐음, 이 가격은 뭔가요? 아까의 와인?

- 그렇습니다, 마담

- ........... 나는 그게, 당신의 서비스인 줄로만 알았네요

-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마담(그럴 리가 없잖은가 이 사람아) 하지만 충분히 즐기시지 않았습니까?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로 입가의 미소를 거두지 않는 서버의 노련함에

쳇, 그럼 그럼 맛이야 어련하시려구요- 속으로 삐죽대면서

어차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던진 패는 아니었기에,

그저 노련한 '사수'가 순간 얄미워서라도,

한 마디 남기고 싶었기에 운을 떼었다.


- 어째 모든 미슐랭들은 똑같은 행동들을 늘 하고 있네요......

여전히 그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으나, 분명 나의 말을 듣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또박또박, 웃으면서,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으니까.


어후, 얄미워. 기념으로 주는 쿠키 틴이 마음에 들게 예쁘지 않았더라면,

나도 모르게 그만, 잘 먹고 나와서, 괜한 분기에 혼자 팔딱댈 뻔했다.

돌아와 열어보니, 황금색 비스코티 네 조각이 단아하게 들어있었다.

담백하니 고소해서- 또다시 후회막급인 실책을 저지른 나에게

뭐, 인생이란 그렇고 그런 거 아니겠어,

쓰디쓴 게 있으면 달콤한 것도 있고 뭐 그런 거지, 라고 하며

섭섭지 않게 말을 건넸다. 우걱우걱.





그래요 남들이 들으면 웃고 말 우스울 얘기일랑 접어두고,

산책을 떠납시다. 남은 이 도시의 산책을, 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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