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한 고전 읽기, 그리고 감정을 마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딸이 중학생이 되었다.
우리는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고전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혼자였다면 조용히 지나갔을 문장들도,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순간마다 조금씩 살아난다.
어릴 적부터 질문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쌓아온 덕분인지,
이제 우리의 대화는 특별하지 않다.
그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상이 되었다.
이번에 다시 펼친 《이방인》은 예전과 달랐다.
어릴 때의 나는 뫼르소를 이해하지 못했다.
차갑고 낯선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의 담담함이 오히려 마음에 오래 남는다.
햇빛 아래 내려앉는 열기,
바닷바람에 스치는 차가운 감각,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그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지만,
그가 느끼는 순간들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다가온다.
세상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슬퍼하지 않고,
억지로 감정을 꾸미지 않는 사람.
그 모습이,
우리가 잊고 지내던 어떤 솔직함을 떠올리게 했다.
딸과 나는 뫼르소가 느꼈을 햇빛의 무게와 바다의 냉기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나눴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끝까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 질문 앞에서,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자주
세상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선택해 왔을까.
딸과 나눈 짧은 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고 있었다.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있었다.
딸은 어느새 《오만과 편견》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겠다고 한다.
그 글 속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지,
조용히 기다려보고 싶다.
독서는 혼자 읽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이 이어지고, 질문이 머무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딸과 함께하는 이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해 간다.
조금은 담담하게,
조금은 솔직하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