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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라는 단어를 좀 바꿔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제는 '캐릭터'를 넘어설 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캐릭터(Character)'라는 단어는 영어 단어이지만, 사실 그 사용법과 의미는 일본에서 유래했다. 원래 서양에서 '캐릭터'는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개성과 특징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단어를 독특하게 발전시켜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 높다'와 같은 표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점차 '캐릭터'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의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일본식 용법이 한국으로 전해져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캐릭터'의 의미가 정착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캐릭터'의 의미와 용법이 사실상 일본과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특수한 문화 현상이라는 것이다. 서구권에서는 우리가 '캐릭터'라고 부르는 것을 '마스코트(Mascot)' 또는 '마스코트 브랜드(Mascot Brand)'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서구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캐릭터가 브랜드의 한 요소로서 이해되며, 독립된 산업 영역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전체 브랜드 전략의 일부로 간주된다.

브랜드 산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우리가 흔히 '캐릭터'라고 부르는 마스코트 외에도, 나이키(Nike)나 리복(Reebok)과 같은 상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나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 같은 유명 인물, 심지어 미술품까지도 모두 브랜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캐릭터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계약되고 소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브랜드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로고나 그림이 아니라, 고유한 정체성과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브랜드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보호하기 위한 계약과 관리 활동이 '라이선스'라는 용어로 표현되며, 이는 브랜드 산업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캐릭터'라는 제한된 용어에서 벗어나, 이를 '마스코트 브랜드'로 재정의하고 더 나아가 '캐릭터 산업'을 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브랜드 라이선스 산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미래 방향성을 새롭게 설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과거 캐릭터 산업이 단순한 사용계약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현재의 산업 환경은 훨씬 더 복잡하고 전문화되었다. 브랜드 라이선싱은 이제 단순한 굿즈 제작과 판매를 넘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패션 상품, 식음료(F&B) 분야, 그리고 관광 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과 연계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산업 생태계를 '캐릭터 사용계약'이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이해하기에는 이미 그 규모와 형태가 너무나 다양화되었다.

이러한 산업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듯,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지난해 기존의 '캐릭터 산업' 담당 조직을 '콘텐츠 IP 산업팀'으로 개편했다. 이는 산업의 범위가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을 넘어 지식재산권(IP)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중요한 변화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FBI나 하버드 대학과 같은 기관의 로고 사업이 상당한 규모의 비즈니스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영역이 그동안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IP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의 영역을 다양한 인접 분야로 확장함으로써, 유사 산업과의 연계와 시장 확대를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 창출과 수익 증대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담당하는 담당자에 대한 호칭도 통일할 필요성이 있다. 라이선스 업계에서는 그동안 '라이선스 매니저', '캐릭터 영업사원', '캐릭터 마케터' 등 다양한 직무명이 사용되어 왔다. 이제는 이러한 직무들을 보다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개념인 'IP 매니저'라는 명칭으로 통합하여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IP 매니저는 단순히 영업, 마케팅, 계약 업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상적인 IP 매니저는 캐릭터, 브랜드,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의 IP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전략적으로 수익화하는 방안을 수립한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에 대응하여 법적 보호 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한다. 기존 IP의 확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IP의 개발과 성공적인 론칭을 위한 전략적 지원을 제공하며, 단기적인 라이선스 계약을 넘어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협업과 계약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이처럼 전문화된 IP 매니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해외에서는 라이선싱 관련 MBA 과정이 개설될 정도로 이 분야의 전문성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때 30년 이상의 풍부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협상을 주도하며,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많다. 디즈니나 유니버설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밀하고 전략적인 계약 조건을 협상해 낸다.

반면, 국내 상황은 매우 다르다. 많은 경우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IP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협상에 나서다 보니, 국내에서 개발된 우수한 IP가 해외 시장에서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 부족의 문제라기보다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전문 인력의 절대적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제는 캐릭터를 단순히 '귀여운 그림' 정도로 인식하는 제한된 시각에서 벗어나,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IP 매니지먼트의 전반적인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캐릭터 산업이 '마스코트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고, 더 나아가 '브랜드 라이선스' 산업으로 성공적으로 확장될 때, 한국의 IP는 국내외 시장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부 기관, 교육기관, 그리고 산업 전문가들이 함께 협력하여 한국 IP 산업의 밝은 미래를 공동으로 설계하고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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