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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레이'에 대한 변명

2023.6월 소방차 레이 저작권 관련 문제에 대해서 

며칠 전 일간지에 애니메이션 <소방차 레이>에 관련된 기사를 보았다. 

(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0530#home

기사의 내용은 국산 애니메이션 <소방차 레이>가 한국산이 아닌 중국산으로 중국 및 동남아에서 소개되었으며, 많은 매출에도 불구하고 작자에 대해 수익 배분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이번 사태가 구름빵때와 같이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작가와의 불공평 계약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으로 작성되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모르겠으나, 기사에 나온 내용이 펙트라고 보고 그것을 중심으로 왜 이러한 사태가 생겼는지에 대해 애니메이션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사실 난 레이의 제작사와는 아무 관계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므로 내 생각이 진실과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1. 국산의 중국산 둔갑

중국은 그동안 한국의 애니메이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구매를 해줬고, 투자를 해줬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모든 콘텐츠 업계에서는 2010년 이후 중국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이 보면서 수많은 중국향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애니메이션 시장은 미국 및 유럽시장이 가장 크나, 문화의 차이, 자본의 부족등 다양한 어려움으로, 현실적으로 중국 시장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제1시장이었다.  

그러다 사드 사태가 터지고 2017년경부터 , 소위 한한령이 발현되면서 ,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입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 콘텐츠 수출이 어려워지고 , 그 수출 장벽을 뚫으려면 , 중국산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야 했다. 중국 애니메이션 수입사는 알아서 한국산 애니메이션을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달라는 요청을 해왔고, 한국 제작사 (수출사) 들도 중국의 특이성을 이유로 이를 용인해 왔다. 

한국과 중국 당국은 애니메이션이 이러한 상황인 것을 알고 있었으며, 한때는 각자 국가에서 <자국산판정>을 받는 애니메이션을 서로 체크하는 핫라인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실지 진행되지는 않았다.

중국도 자국에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 전까지는 타국에 비해서 저렴하고, 문화적으로도 비슷하면서 , 퀄리티는 높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의 해외시장은 중국이 가장 컸다. 따라서 중국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애니메이션의 수익성은 매우 낮아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도 제작비의 대부분을 리쿱 (Re-coup)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와중에 중국은  가장 큰 해외 고객이고,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라면 , 중국 내에서만 중국산으로 표기한다는 조건을 달면, 거절하기 힘들 것이다.

중국을 모든 수입자는 홍보물제작 등을 이유로 영상의 편집을 할 수 있는 편집권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영상에 나와있는 글씨들을 전부 중국어로 바꾸고, 타이틀도 당연히 중국어로 바꾼다. 이는 영상물 수출 시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계약서에 저작권 표기의 의무를 표시하지 않는 이상 원 저작권에 대한 정보가 없어지고 , 중국 애니메이션화 되는 것이 이러한 이유이다.

이제 중국자체에서 애니메이션의 제작 기술과 이야기 기획력이 높아짐에 따라 점차적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요는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2. 동남아 수출 시의 중국산 표기

한국에서 현재 애니메이션을 수출한다고 하면, 해외에서 " 어서 저희들에게 한국 애니메이션을 수출해 주시기를 앙망하나이다~"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드라마, 영화, K-pop 과는 다르게 애니메이션은 현재도 타국에 수출하기는 매우 힘든 마지막(?) 장르이고 , 장르의 특성상 자막처리보다는 더빙을 해야 하는 장르이다.

전문 녹음 스튜디오에서  전문 성우들이 녹음을 해야 하는 더빙은 많은 비용이 든다. 예를 들면, 30분 1편의 애니메이션에 영어 자막을 치는데 50만 원이 든다면, 같은 30분 영상에 더빙을 하려면 , 500만 원이 든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나라 국가의 언어로 더빙을 해서 가져다 바쳐야 , 그 나라 방송국이나 OTT에서 한번 쳐다봐주기라도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게 , 그렇지 않아도 적자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운영사인 제작사가, 더빙까지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당연히, 그런 여력이 없을 테고, 되도록이면, 한국어 더빙 그대로 수출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번 레이의 경우도, 동남아 수출 시 더빙이 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중국에서 중국판을 동남아에 수출했을 것 같고, 동남아에는 화교들이 많아서 , 중국어 화자들이 많으므로 중국어판이 수출되었을 확률이 높다.


3. 제작사의 작가와의 계약 이행 문제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스토리를 내부에서 개발하던, 외부 전문 작가와 계약하여 제작하던 할 것이다.

만들어진 스토리는 매절(買切) 방식으로 제작사가 구매하여, 추후 수익이 나더라도 작가에게 추가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제작사는 작가에게 총매출의 3%를 RS (Revenue share ) 해주기로 한 모양이다.

이는 매우 높은 숫자이다. 그리고 총매출의 퍼센티지를 수익 배분하는 계약보다는 대부분의 계약은 총매출에서 원가를 제외한 순매출에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국산 애니메이션 대부분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 총매출- 비용>인 순매출에서 수익 배분을 한다고 계약을 해도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는다. 돈을 벌면, 그때 수익을 배분해 주고 , 그전까지는 제작비를 메꾸겠다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영화, 드라마도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레이의 계약서는 총매출에서 3%를 배분하기로 되어 있다. 이는 아주 이례적인 계약으로 보인다. 또한, 제작사 측에 불리한 이러한 계약은 그다음 나오는 총제작비의 20%를 투자하겠다는 작가 회사의 조건 때문으로 보인다. 즉, 작가 자신이 전체 제작비의 20% 를 대는 대신에, 전체 투자자중에서 아마도 독보적으로 유리한 총매출에서의 수익배분을 받는 조건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최종적으로 작가 회사는 총제작비의 투자를 안 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 계약의 경우, 1) 계약서 작성 2) 계약금 입금의 두 가지 조건이 다 행해져야 비로소 효과가 있다. 

이경우 투자금 입금이 안되었다면, 투자 자체를 안 한 것이다. 투자를 하기로 하고 타 투자자보다 월등히 높은 배분을 받기로 계약하기로 했다면, 이 또한 양측은 잘잘못을 가려야 할 일이다.


4. 수익 배분의 불투명성 

제작사는 투자자들에게 분기별 혹은 월별등 약속된 기한에 벌어들인 수익과 비용을 표시한 정산서를 발송해야 한다. 

이는 모든 투자의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아마 제작사는 수익이 미미해서 정산서를 송부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OTT , 해외의 OTT의 정산금은 아마 몇천 원 ~ 몇백 원 단위인 것이고 , 이는 정산서를 작성하는 비용도 보전하지 못하니 아예 정산서 작성을 안 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으로 제작사는 비록 수익이 0원이더라도 약속된 기간만큼 , 약속된 기간이 없을 경우, 가능한 한 지속적으로 정산서를 투자자들에게 송부했어야 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이 수백억 수출되고 있고, 어느 트레이드쇼를 하면 상담액이 몇수십억이 된다는 뉴스를 많이 접한다. 하지만, 그러한 금액은 미팅 시 나온 금액일 뿐이고 , 기대치 일뿐이다. 실지 계약까지 가는 경우는 100번을 만나야 1번 될까 말까이고 , 금액도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장을 모르는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이러한 애니메이션 시장의 수익에 대해 실망하고 , 더 나아가서 제작사가 속인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5. 제작사의 영세성 

이러한 법률적, 투자적인 문제의 발생 원인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영세성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작사 스튜디오들은 10인정도의 소규모 스튜디오이고,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의 스텝들은 제작자 출신이다. 그러나 스튜디오들은 프로젝트 투자, 회사 투자, 국내외 배급 판매, 관련 상품 제작 및 계약 등 애니메이션 제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관 사업을 사내에서 처리해야 한다. 당연히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제작사 베이스의 회사들은 잘 못 할 수밖에 없고, 그런 와중에서 이러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계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사는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오늘도, 애니메이션 대표들은 안 되는 영어로 해외 시장으로 나가서 자기가 만든 프로젝트를 팔고 , 유통하고자 해외 시장에 많은 비용을 들이며 나가고 있고, 회사 운영을 위해 지원사업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문제작사는 제작에만 전념하고 그 외 다른 사업은 전문 업체들이 도맡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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