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콘텐츠 기업인 CJ ENM 은 최근 짱구 (크레용신짱)과 코난의 수입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한국 애니메이션은 거의 외면하는 느낌이 든다. 그들이 운영하는 채널인 투니버스도 짱구와 코난이 모두 점령하고 있어서 소위 '짱난(짱구와 코난)'시대이다.
판매처인 일본 회사들도 한국의 짱구 코난의 사랑을 알아서 이제는 수많은 일본 프로젝트를 선구매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들었다.
짱구와 코난은 재미있다. 그럼 왜 우리는 국산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만들지 못하는 것까? 아니면 안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청소년과 성인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팬덤 형성이 부족한 이유를 좀 더 깊이 분석하면, 이 문제는 단순히 콘텐츠의 재미나 매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작 시스템, 인적 자원, 팬덤 관리, 그리고 문화적 환경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 이를 5가지 측면으로 확대하여 분석할 수 있다.
1. 시나리오 개발 시스템의 한계와 스토리텔링 부족
한국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 개발 시스템은 청소년과 성인층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청소년과 성인은 어린이와 달리 깊이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 발전, 그리고 복잡한 서사 구조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심리적 성장', '사회적 문제', '도전과 좌절'과 같은 테마를 다루며 다양한 층의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많다. 반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단순한 유머나 가벼운 주제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고, 시청자층이 제한적이라는 시장 논리에 기인한다.
청소년과 성인층이 원하는 것은 캐릭터의 감정적 변화,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 그리고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이다. 그러나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이러한 측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곧 팬덤 형성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가 부족하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가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팬덤 형성에 한계를 느낀다.
2. Pre-production 인력 부족 및 인문학적 인재 결핍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Pre-production 단계에서 필수적인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다. 애니메이션에서 Pre-production은 스토리와 캐릭터 디자인, 세계관 구축 등이 이루어지는 핵심 단계다. 이 단계에서 심도 깊은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설정이 필요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보통 예산과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이러한 과정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한다.
해외의 많은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경우, 전체예산의 30% 이상을 배정받는다. 하지만 국산 프로젝트의 경우 최소의 금액과 시간만을 허가받는다.
기획단계에서 <취재>라는 문화도 있다. 아프리카의 얘기를 그리면, 실지 아프리카에 가서 그들의 삶을 보는 것이다. 뉴욕이 배경인 <라바>의 제작진들은 뉴욕을 가봤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단계에서 필요한 인문학적 인재들이 부족하다. 캐릭터나 이야기 속에 담긴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요소는 청소년과 성인층을 사로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이를 다룰 수 있는 시나리오 작가나 콘셉트 아티스트가 충분하지 않아, 깊이 있는 이야기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성숙한 시청층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힘들어지고, 이는 팬덤 형성의 중요한 기반인 캐릭터의 서사적 매력과 세계관을 축소시킨다.
산업적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점에서 볼때 인문학이 경시되는 한국의 풍조에서도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기적이라고도 생각된다.
3. IP 확장과 지속적 관리 부족
애니메이션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하나의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IP(지식 재산권)로서 지속적인 확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 애니메이션은 IP 확장과 관리 면에서 해외 사례에 비해 약한 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은 작품이 끝난 후에도 다양한 미디어, 상품, 게임, 영화 등으로 확장되며 팬덤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이러한 지속적 IP 관리는 팬들이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IP 확장이 부족해, 작품이 끝난 이후 팬들이 유지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없다. 더불어, 후속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새로운 형태로 확장되지 않으면 팬덤은 자연히 약화된다. 캐릭터 상품화나 후속 콘텐츠가 제때에 나와야 팬덤이 살아남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장기적 계획이 미흡하다. 결과적으로 팬들은 더 이상 관심을 지속하지 못하고, 애니메이션 산업은 반복적으로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일본과 비교하자면, 일본은 <제작위원회>라는 각 업계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한 IP의 주인역할들을 해서 밀어주는 모양이 된다. 한국은 이러한 마케팅을 제작사인 중소규모 스튜디오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4. 팬 커뮤니티와 소통 부족
팬덤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팬들과의 소통이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세계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관련 이벤트에 참여하며, 다른 팬들과의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애정과 충성도를 강화한다.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 작품과 관련된 행사나 굿즈 출시, 소셜 미디어 캠페인 등을 통해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이루어진다. 또한,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이벤트가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이런 팬 커뮤니티 관리와 소통이 부족하다. 작품에 대한 팬들의 피드백을 반영하거나 그들과 소통할 창구가 적고, 팬덤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인 이벤트나 활동도 미비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팬들은 자연스럽게 흥미를 잃고 다른 콘텐츠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팬들과의 소통이 미흡하면 팬덤이 자연스럽게 약해지며, 그 결과 애니메이션 작품이 오래 사랑받지 못하게 된다.
다시 한번 IP를 관리하는 스튜디오는 이러한 힘도 돈도 없는 것이다.
5. 장르적 다양성 부족과 문화적 보수성
한국 애니메이션은 장르적 다양성이 부족하여, 특정 타겟층에게만 어필하는 콘텐츠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장르를 다루며, 성인과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예를 들어, 액션, 판타지, 드라마, 스릴러, 심리 서스펜스 등 다양한 장르가 폭넓은 팬덤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반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가족용, 어린이용 콘텐츠에 주력하고 있어,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고유한 장르 작품이 부족하다.
또한, 문화적 보수성도 문제다. 한국은 여전히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에서 다루기 힘든 주제들, 예를 들어 성적 표현이나 폭력성, 사회적 논란을 담은 주제들에 대해 제약이 크다. 이는 청소년과 성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깊이 있는 주제나 대담한 스토리 전개를 담는 작품이 나오기 어렵게 만든다. 한국 사회는 규제와 보수적인 시각으로 인해 성인용 콘텐츠를 다루는 데에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화적 요인이 팬덤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합 결론
한국 애니메이션이 청소년과 성인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팬덤 형성이 부족한 이유는 시나리오 개발의 한계, Pre-production 인력과 인문학적 자원의 부족, IP의 지속적 확장과 관리의 미비, 팬 커뮤니티와의 소통 부족, 그리고 장르적 다양성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콘텐츠의 질적 한계와 팬덤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며, 팬덤 형성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작 과정에서의 혁신, 인력의 강화, 팬덤 관리 전략의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