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산업이 힘들다고 한다.
언제나 하고 듣는 얘기지만 실지 나도 지난 3개월 동안 사업을 그만둔다는 연락을 5명의 대표님들에게 받았다.
지난 1년간 내가 다양한 애니메이션 생태계에 속한 분들에게 받은 현장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지원 기관- 애니메이션 업계를 이제까지 지원해 준 것이 20년이다. 얼마나 더 지원을 해줘야 홀로서기가 가능한가? 이제 슬슬 홀로 서야 하지 않나? 지원이 끊기면 쓰러지는 산업을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나? 예술이 아니지 않은가.. 콘텐츠 11개 장르 중 하나 자리를 내놔야 하지 않나?
방송국 - 한국 애니메이션은 재미가 없다. 그 이유로 시청률도 거의 0%이다. 광고 신청이 들어오지도 않고, 전파낭비다. 애니메이션 쿼터제와 같은 제도가 없었다면 애니메이션은 방송하고 싶지 않다. 투자 의지도 없다. 이제까지 투자한 애니메이션 중에 수익이 나서 방송국에 수익을 돌려준 프로젝트가 얼마나 있는가? 차라리 일본 애니메이션을 수입해서 방송하는 것이 훨씬 수익률이 높다. 우리가 한국 애니메이션에 투자하고 방송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라도 대보라
케이블 방송국 편성 담당- 우리 같은 플랫폼이 돈을 주고 애니메이션을 사던 시대에서 이제는 구매를 안 하고 무료로 틀어주는 시대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송출료>를 받고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는 세상이 올 것이다
영화 배급사 - 한국 애니메이션은 뽀로로 같은 TV에서 수년에 걸쳐 방송하여 인지도가 높은 유아용 아니면 적자다. 제작비가 낮아서 그런지 퀄리티가 낮다. 스튜디오들도 중소규모라서 충분한 P&A 비용을 쓰지 않아 홍보도 되지 않는다
국내 OTT- 뽀로로, 핑크퐁 같은 대형 IP 이외에는 뷰수(View count)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해외 글로벌 OTT 편성 파트 - 한국 애니메이션은 구색 맞추기로 편성했으나, 모든 장르 중 가장 구매 비용 대비 수율이 안 좋은 것이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이다. 이 부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해외 OTT 투자 파트 -한국 스튜디오는 글로벌 시장을 너무 모른다. 제작 제안서 작성부터 새로 배워야 하고, 어떤 IP 가 팔리는지에 맞춰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들고 싶은 IP를 가지고 와서 제안하는 것 같다. 제작비에 대한 글로벌 상식도 너무 없다. 도대체 애니메이션 제안서에 완구 얘기는 왜 나오는 것이며, 반대로 감독얘기는 왜 없는 거냐
콘텐츠 투자사 (VC) - 더 이상 애니메이션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콘텐츠 펀드 등 투자 처가 지정되어 있는 펀드도 되도록이면 애니메이션 투자는 안 하고 싶다. 수익이 나는 애니메이션이 없다. 투자를 해달라고 가져오는 제안서도 현실성이 너무 없고 시장 파악이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네 돈이면 애니메이션에 투자하겠나?
해외 콘텐츠 바이어 - 한국 애니메이션 유아용은 잘 만들었다 하지만 조금만 나이가 높아져도 스토리가 단순해지고,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는 애니메이션이 많다
미국 방송국 PD- 한국 애니메이션은 미국 시장에 맞지 않는다. 너무 폭력적이고, 어린이에 대한 보호가 없다. 미국 시장은 어린이에 대한 보호가 매우 강하며 한국 회사는 이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미국에 진출하고 싶으면 미국에 맞는 콘텐츠를 가져와야 한다.
제작사-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10-30명 직원의 중소 제작사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다른 산업과는 다르다. 타 산업들은 그 산업을 아우르는 대기업이 있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장을 주위의 관련 기업들이 이용하여 생태계의 크기를 키워나가는 구조이나, 애니메이션 업계는 그 역할을 중소규모 스튜디오에 기대하고 있다. 이들 스튜디오는 제작뿐만 아니라, 국내 배급, 해외 배급, 라이선스 사업, 투자 유치 등을 자신들의 힘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들어올 전문가 도 없으며, 신입을 뽑아서 훈련시킨다 해도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면 처우와 복지가 좋은 대기업으로 이직한다. 그러므로 체계적인 사업이 불가능하다.
그들의 의견이 맞는냐 틀리느냐는 둘째치고 이러한 어려운 업계의 문제에 지금과 같이 단기적인 대응과 지원책은 효과가 크지 않고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에 장기적인 설루션을 하나 제안하고 싶다.
대만은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천도 후, 자연 자원도 없고, 정말 작은 땅밖에 없는 와중에 국가의 미래를 무역에 걸고, 무역전문학교를 세우고 무역일꾼을 길러냈다.
그 무역전문 인력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중소기업 중심의 대만 경제를 지탱하며, 무역을 통해 나라를 일으킨 경력이 있다. 어쩌면 애니메이션 업계도 이제 그럴 때일지 모른다.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계획은 실효성 있는 접근 방법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물론 현재도 KOCCA 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이 있다. 하지만, 1회성이거나, 단기성이고 운영하는 용역사들이 해마다 바뀌는 사업의 특성상 안정적이고 연결된 교육이 되기가 힘들다.
이러한 접근은 애니메이션 업계에 필요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대기업으로의 인재 유출을 막아 중소 스튜디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제안한다.
1.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기획
목표:
현직자와 구직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해 애니메이션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전문 인력의 공급을 확대하고, 대기업으로의 유출을 줄인다.
액션 플랜:
산업 실태 조사: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요구하는 전문 기술과 직무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 실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 배급, 투자, 마케팅 등 분야별로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명확히 정의한다.
커리큘럼 개발: 조사 결과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기초 과정: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본 개념, 소프트웨어 교육, 스토리 보딩, 캐릭터 디자인,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등 사업파트에서 알아야 한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본.
심화 과정: 배급 전략, 글로벌 마케팅, 라이선싱 및 투자 유치, IP 관리, 해외 진출 전략 등 실무 교육.
특화 과정: 각 직무별로 필요한 기술 및 실무 중심의 교육 제공 (예: 3D 모델링, VFX, OTT 서비스의 콘텐츠 전략, 외국어 등).
산업-교육 연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교육생들이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현장 실습을 경험하도록 한다.
중소 스튜디오와 연계한 현장 실습 프로그램, 프로젝트 참여 등으로 실무 경험을 제공.
2. 취업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
목표:
구직자에게 구체적인 취업 지원과 베네핏을 제공해 인재가 업계에 남도록 한다.
정부 기관이 전문 인력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급여의 일부를 보전해 준다.
액션 플랜:
취업 연계 프로그램: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인력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배급사, 투자사 등 관련 기업과 직접 연결하는 취업 연계 시스템 구축.
정부-기업 연계 채용 프로그램: 정부가 나서서 스튜디오와 구직자 간의 매칭을 돕고, 구직자에게 고용주와 협의하여 맞춤형 일자리 제공.
급여 보전 제도: 정부가 애니메이션 전문 인력의 초기 급여를 일정 비율 보전하는 제도를 신설해, 중소 스튜디오에서도 고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예시: 첫 1~3년간 정부가 급여의 30%를 지원하며, 이후 기업이 전액 부담하는 방식.
복지 및 인센티브 제공: 대기업으로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중소 스튜디오 근무자에게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
주택 지원: 애니메이션 전문 인력에게 주택 자금 지원 혜택 제공.
연금 제도: 중소 스튜디오 근무자에게 특별 연금 혜택 제공.
직무 교육 기회 제공: 지속적인 직무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업계에서의 경력 개발을 촉진.
3. 애니메이션 아카데미 신설
목표:
지속적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재직자와 취업 희망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액션 플랜:
국가 주도의 아카데미 설립: 정부 주도 하에 애니메이션 전문 아카데미 설립.
- 재직자 및 구직자 모두를 대상으로 교육하며,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커리큘럼 운영.
온라인/오프라인 병행 교육: 시간적, 지리적 제한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
* 현재 도제방식으로 교육되는 애니메이션 분야의 마케팅 세일즈 방법의 전수를 커리큘럼화
온라인 과정: 기초 지식 습득 및 이론 중심의 교육 제공.
오프라인 과정: 실무 프로젝트와 연계된 교육, 현장 실습 중심.
국제 협력 프로그램: 해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및 교육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국제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
해외 인턴십, 교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도록 지원.
4. 정부 주도의 인재 보호 정책 도입
목표:
대기업으로의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액션 플랜:
고용 안정성 보장: 중소 스튜디오에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고용 안정성 보장 정책 도입.
- 예: 정부가 중소 스튜디오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인력에게 안정적인 고용과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인재 유출 방지 인센티브: 일정 기간 중소 스튜디오에 근무한 인력에게 특별 보너스나 직업 안정성 강화 혜택을 제공.
일정 기간 이상 근무 시 추가 혜택, 학비 지원, 자녀 교육 지원 등 다양한 복지 혜택 제공.
기업 맞춤형 인재 개발 지원: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맞춤형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교육과정 및 인재 매칭을 지원.
중소 스튜디오 근무 환경 개선 : 중소기업의 처우 개선을 위한 지원 정책 마련, 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 홍보
이러한 계획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중소 스튜디오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를 살리기 위한 교육적 접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이며, 성공 가능성 또한 높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주로 중소규모의 스튜디오가 주도하는 구조로, 그들이 직접 제작, 배급, 라이선스 사업, 글로벌 진출 등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 인력의 부재는 업계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고급 인재들이 업계에 정착하고, 필요한 전문성을 키우는 과정은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의 교육은 단발성 프로그램이 많고 용역회사를 통한 1년씩만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이고 영구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업계에서 꼭 필요하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기획, 제작, 배급, 글로벌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를 배출할 수 있다. 이는 각 스튜디오가 전문 인력을 채용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다.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현장 경험과 결합된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교육생들이 즉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역량을 갖추게 되리라 생각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업계의 부흥을 이끌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