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왜 그랬어요?

고리 스탈린박물관

by 매듭달 박충실

"영혼 소환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스탈린, 왜 조지아인들을 백만 명 가까이 숙청했습니까? 그들은 원수라기보다는 오히려 동족 아닙니까?"

"동족이라고 하지 마세요. 나는 조지아 고리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사실 러시아에 소속감을 느껴요. 그래서 이름도 '요세프 주가슈빌리'에서 '스탈린'으로 바꿨다고요."

"대숙청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어요. 트로츠키가 레닌 후계자 자리를 나에게 곱게 넘겨주었으면 트로츠키 지지기반인 조지아인들을 타박하지 않았을 거예요."

"대기근 피해자도 어쩔 수 없었어요. 러시아 공업 발전을 위해서는 곡물을 팔아야 했다고요. 그렇게 많은 우크라이나, 조지아인들이 굶어죽을 줄은 몰랐어요. 함께 된 러시아연방을 위해선 그들이 희생했어야 해요. 게다가 독일과 전쟁하는 비용도 필요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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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고리Gori의 동굴도시 우플리스치케에 도착했다. 이곳은 11세기 초 지중해, 흑해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던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지로 당시 인구 2만에 가까운 거대한 상업도시였다. 황토색 암벽에 뚫린 수많은 구멍을 보며 마을의 옛 모습을 상상해 본다. 영화 스타워즈의 제다이가 살던 황량한 흙집 마을과 아라비안나이트 신드바드가 뛰어다니던 분주한 시장 모습을 섞으면 번화했던 우플리스치케 모습과 비슷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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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은 어린 시절 가난했고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다. 청년 스탈린은 바투미 정유회사에서 노동자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볼셰비키당의 핵심 인물이 되고, 레닌 사후 러시아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다.

조지아 고리에 있는 스탈린 박물관은 규모가 크고 화려하기 그지없다. 조지아는 1920년 러시아 볼셰비키 붉은 군대에 점령당한 후, 1991년 4월에서야 독립하였다. 스탈린 통치 기간은 1929년부터 195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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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박물관 관람 분위기는 딱딱했다. 입장권을 판매하는 사람은 퉁명스러웠고, 가이드는 사진을 함부로 찍지 말 것, 해설사를 꼭 따라다닐 것을 당부했다. 대리석으로 만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가는 길목에 사람의 두 배 정도 크기로 만들어진 스탈린 동상이 있다. 사람들이 그 옆에서 웃으며 인증 사진을 찍는다. 우리 일행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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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는 그의 공산당 활동, 가족 관계, 외교 활동 등의 기록이 빼곡하다. 알아듣기에는 빠르고 번역기로 돌리기엔 오류가 많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사진과 유품들을 구경했다. 그는 히스테리급으로 정적들을 숙청하면서 유능한 장교를 많이 잃었다. 그의 정권하에 진행된 우크라이나 대학살과 ( = '홀로도모르 Holodomor' ) 굴락 수감자 희생자의 수는 수천만명이 넘는다. 스탈린의 부인 나디아가 권총으로 자살한 데에는 사랑하고 추앙했던 남편의 이런 모습을 감당하기 힘들어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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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투어는 정해진 동선으로 진행되는데, 마지막 코스는 조지아인에 대한 러시아의 탄압과 학살에 대한 기록으로 마무리된다. 건물 밖에는 꽤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스탈린이 살던 집 모형과, 그가 직접 타고 다니던 기차를 전시해놓았다. 기차는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에어컨을 비롯해 파티룸, 회의실 등 온갖 편의시설을 갖춰놓았다. 검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전시된 기차 앞에서 스탈린 깃발을 들고 있는 한 그룹은 이곳이 즐거워 보인다. 다른 관감객 중 인도 여학생 하나가 K-pop을 좋아한다면서 한국인이냐고 물어오길래 함께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 맞팔로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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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구에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이 두엇 있다. 젊은 시절 스탈린 초상이 그려진 성냥 한 갑을 1라리(500원)에 샀다. 캠핑할 때 사용할 수도 있으니 키링이나 열쇠고리보다 쓸모 있을 것 같아서다. 탄압하던 지주에게 대항하던 젊은 스탈린은 시인의 눈빛을 하고 있다. 목이 두꺼운 독재자 스탈린이 그려진 기념품은 아무도 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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