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

故人 안상배

by 비비안

우리 할아버지는 성격이 급하고 허풍이 심하다.

세상에서 본인이 제일 잘난 사람이며 나머지는 다 바보라고 생각하신다.


맛있는 곶감을 침대 머리맡에 숨겨두시고 종종 방에 들어와 좋은 물건이 있는지 염탐을 하기도 하신다.

그러다 덜미를 잡히면 시치미를 뚝 떼시는 분이다.



우리 할아버지의 취미는 자전거 타기 그리고 서예이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면서 마포에서 김포까지 다녀왔다고 큰소리를 치시는 분이다.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가서 맛있는 식재료를 사 오기도 하신다.

종이에 '미역줄기'라고 써드리면 그대로 사 오신다. 가끔 원하지 않는 식재료를 사 와 냉장고를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시지만 결국 맛있게 먹는 우리 가족이다.


서예를 참으로 잘하신다. 어릴 때 한자를 배우셨다고 하시는데 기다란 한지와 먹을 준비해서 붓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모습이 참으로 선비 같아 보였다.

잘하신다고 칭찬을 해드리면 한자의 뜻을 설명해 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덕을 쌓고 살아야 해.", "항상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평소 할아버지의 언행과는 불일치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말씀을 듣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할아버지는 혼자서 시간을 정말 잘 보내신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뇌경색이 오고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망가지셨다.

그래서 타인과 대화 나누는 것을 힘겨워하시고 단어를 잘 기억하지 못하신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멀리하게 되고 혼자 노는 달인이 되신듯하다.



나는 할아버지가 싫었다.

허풍도 심하고 남을 무시하고.

성격도 급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들.

할아버지가 좋았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좋았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함께 살던 할아버지는 나에게 애증의 관계였다.



그리고 갑자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이별을 겪고 나니 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는 우리의 가족 구성원이었다는 것을.

내가 보살펴드린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서 할아버지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앞으로 브런치에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내가 겪은 치유의 과정을 공유하며 나 또한 치유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또한 치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슬픔이라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슬픔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슬픔을 잘 활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