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30

파리를 떠나며,

by 이다다

사랑하는 ㅇㅇ


나는 드디어 집에 가는 비행기에 탔어. 날 남겨두고 가서 걱정많이했지? 난 언니랑 정말 신나게 수다 떨면서 잘놀고, 언니가 나 스테이크도 사줬어.ㅋㅋㅋㅋㅋㅋ 헤어지기 직전에 언니가 엽서를 하나 써줬는데 그게 나를 너무너무 울렸어. 나 진짜 무슨 실연당한 사람처럼 울었잖아 펑펑. 언니가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어서 그게 나를 울렸어ㅠㅠ


그리고 이 여행에 대해 생각했어. 우린 겨우 고작 30일 여행했지만, 나는 이 여행이 얼마나 '좋은' 여행이었는지 30년이 넘도록 두고두고 생각할 것 같아. 내가 이 여행 안에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지 두고두고 기억할께. 삶같은 여행이었잖아. 다사다난하고, 불편하고, 아픈ㅋㅋㅋㅋ정말 더도 말고 딱 삶같은 여행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걸 알게 된 여행이기도 했어. 정말 긴 터널을 하나 지나온 느낌이야. 그 터널을 지나는 걸 지켜봐주고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 이 터널 끝에 파리가 있었고 , 여행 속에서도 삶 속에서도 이렇게 고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 그래서 나는 이 여행을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 순간들 하나하나와 그 시간의 냄새 그리고 결 같은 것들 말이야. 그 순간에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니가 함께해줘서 영광이었어. 못돼 처먹고, 때로는 정말 답답한 나를 오랜 시간 예쁘게 봐줘서 ,같이 행복해줘서 고마워. 우리 더 좋은 여행, 그러니까 더 나은 삶을 살자.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두눈 똑똑히 뜨고 옆에서 지켜봐주자. 때로는 밉고 원망스럽고, 화도 낼지라도 서로를 포기하지 말자.


나 우리가 넋놓고 봤던 오페라 가르니에의 샤갈의 천장화를 보면서 생각했어. 삶이 피폐하고 나에게 얼마나 많은 똥을 주던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사랑해야한다고. 내 몫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 용기이고,그 사랑을 표현하는게 예술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때로는 요동치고 흔들리는 인생일지라도, 가라앉지는 말자. "파도에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 그게 우리가 이 여행에서 들고가는 단 하나의 문장이니까.


니 여행에 날 초대해줘서, 내 여행에 응해줘서 고마워. 돌아가서의 삶도 우리가 파리에서 했던것처럼 늘 당황하고, 속상하고, 아프더라도 끝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해결하자.ㅋㅋㅋㅋㅋㅋ 그리고 1센트 짜리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에클레어 사먹고 행복해하던 갓 스물다섯살이 된 우리를 기억해줘. 우리의 여행은 남들이 좋다하는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지만, 대신에 다시 없을 것 같은 얼마나 많은 반짝이는 순간들이 우리에게 왔는지 계속계속 끊임없이 얘기하자. 나는 돌아와서 이 여행을 기억하며 더 많이 행복할 자신있어!
고마워 그 순간들을 모두 너가 내게 준거야.


2015.1.30


파리를 막 떠난 ㅁ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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