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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an Nov 30. 2022

우울한 당신, 겨울이라 그래요.  

겨울에는 춥고 힘든 게 당연한 것처럼, 당신의 계절도 겨울이라 그런거예요


어느덧 인생 40년차에 접어들었다. 돌이켜보면 아득하고 멀게 느껴지는 지난날의 기억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40이라는 짧은 단어로 설명이 가능한 복잡할 것 없는 게 인생이기도 하다. 


유년시절에는 나의 20대가 너무 멋지기만 할 것 같은 기대감으로 당장의 어려움도 퉁칠 수 있었다. 그만큼 내 인생만큼은 남들과 다르게 반짝거리며 빛날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은 사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입도, 취업도, 연애도 좋을 때도 있었지만 매번 찾아오는 고비는 사실 그 참맛을 알기 어려웠다. 매번 쓰게만 느껴졌던 그 맛을 이제는 알 것도 같다. 


나이와 미각을 맞바꾼 셈이랄까? ㅎㅎ 눈은 침침해졌지만 통찰력은 좋아졌고, 초록초록한 싱그러움 대신 나이듦의 우아함이 더 멋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40대. 많은 것들을 잃고 얻었지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그 중 하나는 희노애락을 제대로 마주하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대까지만 해도 항상 불안하고 가끔 찾아오는 슬픔이나 어려움을 대면할 때면 어떻게 할지 몰라 안절부절 했던 내가 이제는 조금씩 이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인생은 한낯 꿈에 불과하다고, 어떤 이는 소풍이라 말하기도, 어떤 이는 고행이라 말하기도 한다. 

나에게 인생은 사계절의 반복인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무수히 반복하고 돌고 도는 사계절을 무수히 마주하고 여행하는 게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살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가득한 터널을 만나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아무리 긴 터널도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우리는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다.만일 당신이 지금 죽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묵묵히 자신이 힘들게 버텨내고 있다는 의지에 아낌없는 격려와 위로를 건내주길 바란다. 제일 큰 힘이자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건 본인 자신이다. 


아침에는 

'잘 견디고 있어. 힘든 거 알고 있어.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거야.'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봐주고 머리를 한번 쓸어내주며 기운을 복돋아주길 바란다. 아마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한번도 시도한 적 없던 이들은 나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눈물이 울컥 쏟아질지 모른다. 


저녁에는 

'오늘도 잘 견뎠어. 니가 최고야. 이렇게 하루하루 너는 성장하고 있어. 이런 나에게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


매일 매일 고군분투하는 자신을 응원하고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사실 겨울은 모두에게나 찾아오는 것이기에, 억울할 것도 남과 비교할 것도 없다. 그저 남들과 다르게 나는 겨울을 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게 나와 가까이 지내다 보면 어느새 당신에게도 봄이 찾아올 것이다. 


그해 겨울이 추웠다면 봄은 더없이 따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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