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글쓰기 13일 차 (2023.05.05)

by 장보라

오늘 좋아하는 엄정화가 드라마를 하기에 연속으로 보면서 하하 호호 웃었다. 나는 드라마를 완전히 빠져서 보는 버릇이 있어서 쉽게 뛰어들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밝은 에너지를 준다. 거의 예능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든다. 솔직히 등장인물이나 이야기는 그리 가볍지 않다. 꿈, 죽음, 병원, 환자, 불륜, 사랑, 입양 머 등등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엉켜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톤이 즐겁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던 중에 속이 상하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 닥터 차정숙은 결혼, 출산과 함께 꿈인 의사를 그만두고 주부로 20년을 넘게 살았다. 그런데 간이 안 좋아져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순간까지도 보호자로 전화할 사람마저도 골라야 하는 희생만을 하면서 살았다. 물론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인간은 본심이 나온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숨겨놓은 꿈인 의사를 계속하고 싶어서 레지던트로 남편과 아들 그리고 남편의 그녀가 있는 병원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 주위에서 그만두라고..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도 아니고 코너로 몰고 있다.


일단 고3인 딸. 드라마에서는 네가 고3이지 내가 고3이야? 네가 가는 대학이지? 하면서 큰소리를 치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은 있다.


아들과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이라는 설정도 쉽지는 않다. 겉으로만 우아하신 시어머님은 본인이 편하게 살아온 그 시간을 돌려놓고 싶은데, 솔직하게 이야기는 안 하고 빙빙 돌려서 그만둘 것을 이야기한다. 이 와중에 시어머님의 수술은 또 하나의 그만둘 이유가 될 것 같다.


자신의 몸상태. 간 이식 수술을 했다는 설정이 있어서 남편이나 시어머님이 그만두라고 하기에 적절한 이유가 된다.


20년이 훌쩍 넘은 일. 갑자기 병원에서 일을 한다. 얼마나 힘들 것인가? 아들 또래의 스텝들과 일해야 하니,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을 것이다. 본인의 능력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되는 순간이다.


남편의 그녀의 뒤끝. 욕을 먹기로 작정을 했나 보다. 일부러 못살게 구는 건 아니지 않나. 음


그중 최고는 남편이다. 첫사랑과는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고 와이프는 집에서 완벽하게 서포트하는 그 잔잔한 일상이 계속되기를 원하겠지만 그렇게 그만둘 것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 정말 꼴 보기 싫다. 생각보다 욕을 안 먹고 있는 것은 배우의 연기력인지, 드라마의 전체 톤인지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그만두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휴~~ 그래서, 그만둘 수 없는 대단한 사건을 만들었다. 약건 억지라는 전개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사표를 안낼 수 있는지. 이런 어거지가 있어야 아줌마는 본인의 꿈을 위해서 나아갈 수 있는 것인가. 마음이 안 좋다. (이건 스포일러라 이야기 안하는 걸로 ㅎㅎ)






워킹맘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사건은 매일 일어난다. 그중 최고는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이 왔을 때이었던 것 같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 살아가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은 능력 있는 여자들이 첫째를 낳고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 둘째를 임신하면 퇴직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았다. 나는 엄마가 아이를 봐주었기 때문에 그래도 퇴근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그래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차에 태우고 집과 친정집을 오고 갔었다. 엄마가 잠이라도 편안하게 취침하기를 원하는 나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30분 정도의 거리를 아이가 울어서 달래느라고 2시간 걸쳐서 간 적도 많다. 그래도 울 아들은 건강했고, 한 명이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성공한 여자의 에세이를 보게 되면 결혼을 했는지와 아이가 몇 명인지를 책에서 찾아보곤 했었다. 싱글이면 '그렇지. 싱글이면 가능해'하면서 애써 위안을 삼았던 적도 있다. 좀 웃긴다. 이렇든 결혼과 아이는 쉽지 않다.


경제적인 이유로 꼭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가 절대로 일을 그만두지 않을 가장 최적의 조건이 된다. 이건 내 생각이다. (다른 생각도 있을 텐데, 아직은 나는 이 생각이 지배적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좋다고 한다. 이유는 무얼까? 많은 여자들의 꿈을 건드렸을까? 어쨌든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가족의 행복은 구성원 중에 한 명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두 각자의 꿈을 위해서, 각자의 시간을 걸어가도록 했으면 좋겠다. 도와달라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막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13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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