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한 성적증명서 (공부 좀 할걸)

매일 글쓰기 31일 차 (2023.05.23)

by 장보라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꼭 따라오는 것들이 있다.

00 증명서 들이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 사람이 어떤 경력이 있고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일련의 문서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나이가 되어서 그런 것을 써야 하는 일이 싫다. 솔직히 조금 창피하다.



내 경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 회사에 입사지원을 이야기다. 나는 성적 증명서를 내지 않고 경력사원에 지원했었다. 당연히 서류에서 떨어뜨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면접에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어라. 이건 운명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류가 미접수 상태인데 어떻게 면접까지 갔는지 알 수 없으나, 이상한 뻔뻔함으로 나는 지원했었다.


'나를 제외시키면 이 회사의 실수고 큰 손해지. 면접까지만 가면 나는 합격한다.' (ㅋㅋ 말도 안 되는데 무슨 배짱인지)



"결혼은 언제 할 건가?" -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결혼하면 계속 회사를 다닐 건가?" - '당연하죠. 일이 우선입니다.'

"연구소는 야근이 많은데 (여자가) 가능한가?" - '해야 한다면 그건 당연하지 않나요?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팀 프로젝트에서 개인행동은 당연히 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머 이런 말도 안 되는 5명의 부서장 면접이 이어졌고, 나는 거의 정답에 가까운 답변을 하고 있었다. 최첨단의 컴퓨터 회사였지만 남, 녀의 승진테이블이 다를 만큼 불평등과 차별이 많은 시대였다.


임원면접에서 만난 부사장님은 업계에서 꽤나 유명하신 분이었기 때문에 아주 솔직한 기술적인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었다. 그러다가, 갸우뚱 나를 한번 보시더니,

부사장 : "자네는 왜 성적증명서가 없나?"

나: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서류에서 떨어뜨릴 것 같아서 일부러 내지 않았습니다."

부사장 : "혹시 합격하게 되면, 꼭 내방으로 가지고 올 것 하하하."

그 후로 부사장님을 복도에서라도 만나게 되면 끈질기게 나의 성적증명서를 원했지만, 나는 끝까지 보여드리지 않았다. 보여드릴 수 없었다. 너무 안 좋은 성적표였고 굳이 합격한 후에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랬다. 나는 정말 공부를 안 했다. 학교에서 숨만 쉬고 있었다. 그렇게 막 지내고 나니 지금은 후회한다. 좀 잘해 놓을걸... 이 성적표가 지금도 나를 표현하는 서류 중에 한 장이 될 것이라는 걸... 음 그때는 알았을까? ㅎㅎ






그 성적증명서가 나의 발목을 잡을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세트로 같이 쓰고 있는 자기소개서가 쉽게 써지지 않는다.

자꾸 과거로 간다. 그 때의 일들속에 빠지게 된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팩트만을 서술하고 지금 나의 관심사로 나를 소개해보자.

이번에도 성적증명서보다 진짜 나를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다.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면 도전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10년 후 오늘의 선택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31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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