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32일 차 (2023.05.24)
세상은 불공평해.
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서울대 생을 지나다니면서 만날 수 있다. 지금에야 공부도 잘하고 옷도 스타일리시한 학생들이 많이 있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대학교 1학년들은 정말 촌스러웠다. 공부만 하다가 서울로 온 그런 부류의 오빠, 언니들을 우리는 많이 스쳐 지나며 보았다.
나는 그 학교의 1회 졸업생이다. 1학년 때는 1학년 우리만 학교에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더더욱이 입시에 대한 절박함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끼리 잘 놀았던 기억이 있다.
1학년때는 학교 앞을 지나다니는 서울대 생을 그저 공부 좀 했나 보다. 정도의 느낌으로다가 바라본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언니, 오빠들이 그 동네에서는 공부 좀 한다는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란 거의 모두 전교 1등들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말이다.
평범한 어느 날, 집에 가기 위해 친구들과 버스를 기다렸다.
우리는 우르르 맨 뒷자리에 자리 잡았다. 오늘 오신 교생 선생님 이야기로 조잘조잘 까르륵 이야기하는 중에 버스는 곧 출발하여 서울대학교 앞에 선다.
서울대 생들이 버스에 올라탄다.
'잘 생긴 오빠라도 타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할 즈음. 우리 친구들 눈에 들어온 한 언니가 있었다.
긴 웨이브 머리, 170은 되어 보이는 키, 미니스커트 한눈에 보아도 미인이었다.
"서울대에 저런 언니도 있었어? 미대생인가? 음대?" 머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끼리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그 언니의 손에 들려있는 책 한 권.
전공서적인 듯 두꺼운 표지와 큰 크기였다.
바이오.. BIO~~~ 머 대강 이렇게 시작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계속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던 우리는 일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눈짓만 나누고 있었다.
버스는 계속 달려서 언덕을 넘고 지하철 서울대 입구역에 정차했다.
그 언니는 오른쪽에는 전공서적을 왼쪽에는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서 예쁜 구두를 신고 그곳에서 내렸다.
우리 모두는 거의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으로만 그 언니를 주시했다.
그리고 버스 문이 닫히고 출발하자마자, 우리는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다.
"머야. 공대생이었어?"
"저렇게 예쁜 외모에 머리까지 좋다고?"
"세상은 불공평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왠지 모르는 근본 없는 생각 속에 공부를 잘하면 조금 외모가 떨어지던지, 아니면 예쁘면 운동신경이 없던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꼭 그래야 하는 법도 없고, 사실 학교에 한 명쯤은 있지 않은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기고,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가끔은 노래도 잘해서 밴드부를 하기도 하는 그런 학생회장들... 있다. 꼭 있다.
그럴 때는 저 아이는 무얼까? 한 가지만 가져도 부러운 재능을 다 가지고 태어난 듯한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걸까? 하는 푸념이 생긴다. 그런 인생을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아침입니다. 버스에서 만난 그 언니는 지금 어떻게 나이 들고 있을까요?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32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