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서적에서 만난 요리책 사는 남자

매일 글쓰기 49일 차 (2023.06.10)

by 장보라

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종로에 있는 종로서적을 다녔다.

종각역에 내려서 종로서적에 들어가면 그냥 좋았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각 층마다 다른 장르의 책들이 빼곡히 있는 그곳은 젊은 날의 추억이 많은 곳이다.

지금의 종로서적은 2016년에 다시 문을 연 곳이고, 나의 추억이 있는 그곳은 2002년에 폐업한 예전의 종로서적이다. 영화 '1987'을 보면서 그곳이 너무 생각이 많이 났었다.


그곳에서 어떤 남자를 보았다.

나는 어떤 책을 들고 계산을 위해서 줄을 섰었다.

앞에 있는 그 남자는 손에 아주 두꺼운 이공계 서적을 들고 있었다. 계산하는 곳에 그 책을 올려놓고 그 위에 요리책을 올려놓은 것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어! 남자가 요리책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계산하는 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점원: 요리책을 구입하시네요. 요리를 하세요?

남자: 요리가 취미입니다.

점원: 어머, 특이하시네요. 이 책은 전자... 쪽인데..

남자: 아 이건 직업이라서요.

점원: 호호 대단하시네요.


지금은 남자가 취미로 요리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요리사가 아닌 남자들이 요리하는 일상이 많이 소개되고 있고,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의 눈에 이상하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결혼 전에는 요리 잘하는 남자와 살아가는 상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지금 같으면 그런 남자를 눈 크게 뜨고 찾아볼 것이다. 솔직히 연예인 소유진이 부럽다. 그녀의 선택에 크게 박수를 보낸다. ㅋㅋ 내가 아니면 우리 집 식사를 책임질 수 없는 그 무거운 책임감.. 나처럼 요리를 즐기지 않는 사람은 정말 힘들다.


나는 아들이 생활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일상적인 집안 일과 자신의 먹거리 정도는 책임지게 하고 싶다. 청소를 하고 일상적인 집안일은 어느 정도 하는 데, 배민 때문에 요리는 안 한다. 라면 정도만 끊여먹을 줄 안다. 나중엔 요리를 하게 되겠지만 언제일지 궁금하다.


아 종로서적 그 남자. 솔직히 그 아저씨....

나의 기억 속에는 좀 이상한 날로 기억되어 있을 만큼 그 당시에는 전자 쪽 서적을 사고, 취미로 요리를 하는 그 조합은 아주 신기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 당시의 좁고 답답했던 종로서적이 그립니다.

아니, 그때의 내가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그 후 몇년 후 종로에서 저는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상하게 바쁜 토요일이라서 과거가 그리운 걸까? 이만 써야 할 듯. 이상한 나라로 갈 것 같다. ㅎㅎ)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49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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